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격화되던 날, 뉴욕증시는 이틀 연속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코스피는 7,000선을 되찾았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뉴스 제목만 보고 "오늘도 빨간불이겠구나" 했는데 차트를 열어보니 초록색이었거든요.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그 안을 뜯어봤습니다.미국이 내려도 우리가 오른 이유 — 반도체 강세제가 오랫동안 갖고 있던 공식이 하나 있었습니다. "미국 증시가 내리면 우리도 내린다." 실제로 그런 날이 훨씬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뉴욕 3대 지수인 다우존스, S&P500, 나스닥이 모두 하락하는 와중에 코스피는 종가 기준 7,000선을 되찾았습니다. 7월 23일 이후 약 한 달 반 만의 일입니다.이유를 파고들었더니 답이 나왔습니다. 미국 증시..
솔직히 말하면, 저는 SK스퀘어가 뭘 만드는 회사인지도 모르고 이 종목 얘기를 들었습니다. 6월에 218만 원을 찍었다가 불과 몇 달 만에 70만 원대까지 내려앉았다는 소식을 보면서, 처음엔 "그 회사 실적이 엄청 나빠진 거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이 회사의 주가 흐름을 이해하려면 엉뚱하게도 다른 회사의 이야기부터 꺼내야 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SK스퀘어의 투자구조, 이 회사는 뭘로 돈을 버는 걸까요?제가 처음 받은 충격은 의외로 단순한 사실에서 왔습니다. SK스퀘어는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파는 회사가 아니었습니다. 2021년 SK텔레콤에서 인적분할해 상장한 투자전문회사로, 주된 역할은 다른 회사의 주식을 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SK하이닉스의 최대주주..
젠슨 황이 "지금이 살 기회"라고 말했고, AI 투자 규모는 올해 1조 달러를 넘겼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삼성전자는 12%, SK하이닉스는 11% 빠졌습니다. 산업 낙관론은 맞았는데, 왜 어떤 종목은 그 혜택을 전혀 받지 못했을까요. 저는 이 숫자를 보면서 투자 초기에 제가 가장 크게 오해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산업이 좋다고 종목도 오르는 건 아니었습니다투자를 처음 시작했을 때 저는 이 두 가지를 거의 같은 말로 여겼습니다. 성장하는 산업을 골랐으면 그 안의 대표 기업을 사면 된다고 생각했고, 산업 전망이 밝을수록 확신도 함께 커졌습니다. 그런데 여러 사이클을 지켜보면서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이번 사례는 그 교훈을 숫자로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지난 6월 8일,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납부한 법인세 합계가 11조 2,083억 원을 넘어섰습니다. 처음 이 숫자를 접했을 때 저는 단순히 "반도체가 잘 되니 세금도 많이 냈구나" 정도로 읽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최근 몇 달치 반도체 관련 뉴스를 시간 순서대로 이어 붙여 보니, 이 숫자가 단순한 세금 이슈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실적, 현금, 투자, 세수로 이어지는 사슬이 보이기 시작했고 — 그 사슬에는 생각보다 훨씬 긴 시차가 내장되어 있었습니다.세수 종속 — 호황의 과실은 1년 뒤에 도착한다반도체 호황을 처음 접할 때 대부분 주가 흐름부터 떠올립니다. 솔직히 저도 그랬습니다. 실적 발표가 나오면 주가를 먼저 확인하고, 그 다음 영업이익 수치를 봤습니다. 세금 이야기는 한참 뒤의 일이라고 생각했기 ..
뉴스에서 "엔비디아 호실적"이라는 제목을 보면 반사적으로 AI 관련주가 다 오르겠구나, 하고 넘겼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시장을 조금씩 들여다보면서 같은 뉴스가 공급망 위치에 따라 완전히 다른 숫자로 기록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번 엔비디아 실적 발표가 그 공부를 다시 한번 선명하게 정리해줬습니다. 매출 962억 달러, 전년 대비 106% 성장. 숫자는 인상적이지만, 진짜 읽어야 할 것은 그 뒤에 있습니다.밸류체인 위치에 따라 같은 뉴스가 다르게 읽힌다이번 발표에서 제가 가장 먼저 눈에 담은 것은 메모리 가격 상승이라는 하나의 현상이 공급망 각 위치에 전혀 다른 항목으로 기록된다는 구조였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장부에는 매출 증가와 협상력 강화로, 엔비디아 장부에는 총이익률(Gross Mar..
솔직히 저는 이번 엔비디아 실적 발표 전까지 "이미 너무 많이 오른 거 아닌가" 하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13분기 연속 신기록이라는 타이틀이 무거워 보였고, 발표 전 7거래일 연속 주가 하락이 시장의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는 신호로 읽혔거든요.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매출 962억 달러, 월가 전망을 40억 달러 이상 웃도는 숫자가 나왔고, 저는 제 예상이 틀렸다는 걸 인정해야 했습니다. 다만 그 화려한 숫자보다 CFO의 한 문장이 더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AI 슈퍼사이클, 이번엔 진짜였다저는 실적 발표 전마다 관전 포인트를 세 개씩 적어두는 습관이 있습니다. 이번엔 가이던스의 방향, 영업마진의 방어, 차세대 플랫폼의 시간표, 이 세 가지였습니다. 결과는 세 문항 모두 기대를 웃돌았습니다.엔비디아의 2..
삼성전자가 최대 110조원, SK하이닉스가 4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발표하면서 시장의 질문이 빠르게 "다음은 누구인가"로 옮겨갔습니다. 저도 처음엔 이걸 대형주 두 곳의 이벤트로 읽었는데, 숫자를 들여다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자사주 소각 금액이 2년 만에 4배 이상 늘었고, 금융지주부터 지주회사까지 사슬처럼 번지고 있었습니다. 이 글은 그 확산의 경로와, 제가 이 변화를 어떻게 읽고 있는지를 솔직하게 적은 것입니다.수혜 경로: 환원이 사슬을 타고 번지는 구조시장을 보면서 제가 배운 것 중 하나는, 개별 사건과 추세를 구분하는 법입니다. 처음에는 큰 뉴스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실수를 반복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진짜 중요한 것은 그 사건이 다른 사건을 부르며 번지는지 여부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이번..
솔직히 저는 한동안 삼성전자 주가를 이해하려면 삼성전자 실적만 보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오는 27일, 엔비디아의 2027회계연도 2분기 실적 발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반기 향방을 사실상 먼저 보여주는 창이 됩니다. 시장 예상 매출은 920억 달러, 전년 동기 대비 90% 성장이 거의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시장이 진짜 보고 싶어 하는 건 그 숫자가 아닙니다.내 종목의 미래가 남의 컨퍼런스콜에 있다는 걸 깨달은 날처음 반도체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 저는 기업을 개별 종목으로만 봤습니다. SK하이닉스가 실적을 잘 내면 SK하이닉스 주가가 오르고, 삼성전자가 좋은 발표를 하면 삼성전자가 움직인다는 식으로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
배당이 많을수록 좋은 주주환원일까요? 저는 꽤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SK하이닉스가 4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카드를 꺼내고, 주주 측에서 삼성전자에 최대 91조 원의 환원을 요구하는 장면을 보면서 그 믿음이 흔들렸습니다. 금액의 크기가 아니라 방식과 원칙이 핵심이라는 것, 시장이 바로 그 지점을 보고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자사주 소각이 배당보다 유리한 이유, 숫자로 봤습니다환원 방식을 놓고 이렇게까지 구체적인 수익률 비교가 나온 건 제가 국내 시장을 지켜보면서 처음 본 수준입니다. 액트 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기대수익률을 약 25%로 계산했습니다. 이 기대수익률은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의 역수로 구한 수치입니다. 선행 PER이란 향후 12개월간 예상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현금·현금성 자산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합산 278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반년 만에 117조 원이 쌓인 셈인데, 처음 이 숫자를 봤을 때 저도 그냥 "크다"는 감탄부터 나왔습니다. 그런데 기업 재무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쌓이면서, 현금이 많다는 뉴스를 볼 때 이제는 감탄보다 먼저 "이 돈이 다음에 어디로 가는가"라는 질문을 떠올리게 됐습니다.현금흐름을 읽는 법이 달라진 계기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처음 기업 재무제표를 들여다보기 시작했을 때, 저는 현금이 많은 회사를 단순하게 좋은 회사라고 여겼습니다. 곳간이 두둑하면 망하지 않는다는 직관이었고,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그런데 여러 기업의 사이클을 지켜보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현금 그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