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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격화되던 날, 뉴욕증시는 이틀 연속 하락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우리 코스피는 7,000선을 되찾았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뉴스 제목만 보고 "오늘도 빨간불이겠구나" 했는데 차트를 열어보니 초록색이었거든요.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그 안을 뜯어봤습니다.
미국이 내려도 우리가 오른 이유 — 반도체 강세
제가 오랫동안 갖고 있던 공식이 하나 있었습니다. "미국 증시가 내리면 우리도 내린다." 실제로 그런 날이 훨씬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뉴욕 3대 지수인 다우존스, S&P500, 나스닥이 모두 하락하는 와중에 코스피는 종가 기준 7,000선을 되찾았습니다. 7월 23일 이후 약 한 달 반 만의 일입니다.
이유를 파고들었더니 답이 나왔습니다. 미국 증시 전체가 내린 게 맞는데, 그 안에서 반도체 섹터는 달랐습니다. 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식지 않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에 엔비디아를 비롯한 미국 반도체주가 상승세를 유지했습니다. 그리고 코스피는 반도체 업종 비중이 절대적인 시장이라 미국 지수 전체가 아닌, 미국 반도체를 따라 움직인 겁니다.
이날 SK하이닉스가 3.5% 급등하며 시장을 이끌었습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LS일렉트릭, SK이노베이션이 5% 이상 급등했습니다. 반도체에 광통신, 전력, 원자력 관련주까지 가세하면서 상승 동력이 됐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앞으로는 뉴스에서 "미국 증시 하락"이라는 제목을 볼 때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를 따로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여기서 SOX란 미국에 상장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를 묶어 만든 지수로, 코스피 방향을 가늠하는 데 다우나 S&P500보다 오히려 유용할 때가 많습니다.
- SK하이닉스 3.5% 급등 — 코스피 상승 견인
-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LS일렉트릭, SK이노베이션 5% 이상 급등
- 광통신·전력·원자력 관련주도 동반 상승
-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2.3% 오른 830선 마감
개인은 팔고 외국인은 샀다 — 수급 역전의 풍경
기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여기였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나흘 연속으로 조 단위 순매도를 했는데도 지수가 올랐다는 대목이요. 순매도란 같은 날 판 금액이 산 금액보다 많다는 뜻입니다. 그 반대쪽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받아내며 지수를 떠받쳤습니다.
제 경험상 이 장면은 낯설지 않았습니다. 몇 달 전 기사들을 떠올려 보면 상황이 정확히 반대였습니다. 그때는 외국인이 수조 원씩 팔아치우는 걸 개인들이 "동학 개미"라는 말을 들으며 받아냈습니다. 이제는 그 역할이 뒤바뀌었습니다. 파는 쪽과 사는 쪽이 몇 달 만에 자리를 맞바꾼 겁니다.
누가 맞는 건지는 나중에 결과를 봐야 알겠지만, 저는 이 구도를 보면서 한 가지를 생각했습니다. 지난 급락장에서 크게 데인 개인들이 본전 근처가 오자 "이번엔 그냥 나가자" 하고 나오는 게 아닐까 하는 겁니다.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무서운 경험을 다시 겪기 싫은 건 자연스러운 반응이니까요. 다만 "무서워서 파는 것"과 "판단해서 파는 것"은 엄연히 다른 행동입니다. 제 경우엔 포지션을 정리할 때마다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봅니다. 지금 이 결정이 어느 쪽인지를요.
수급(需給), 즉 매수와 매도의 힘 균형은 단기 지수 방향을 읽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특히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되는 구간은 역사적으로 지수가 바닥을 다지는 국면과 겹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출처: 한국거래소(KRX)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사 끝 한 줄이 제일 무겁다 — 환율 리스크
기사 맨 마지막 문단은 짧았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전날보다 10원가량 내린 1,336원으로 주간거래를 마쳤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읽어보고 오히려 이 부분이 제일 무겁게 걸렸습니다.
환율이 내리면 좋은 거 아닌가,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여행 갈 때 환율이 낮으면 더 많은 달러를 바꿀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수출 기업 입장은 정반대입니다. 환차손(換差損)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환차손이란 달러로 벌어온 수익을 원화로 환전할 때 환율 하락으로 인해 실제 손에 쥐는 원화가 줄어드는 손실을 말합니다. 환율이 1,400원일 때 1달러를 벌면 1,400원이 됐는데, 지금은 1,336원밖에 안 됩니다. 같은 장사를 해도 원화 수익이 64원 줄어드는 셈입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지금 코스피를 끌어올리는 주력 업종이 반도체와 자동차, 방산처럼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기 때문입니다. 주가를 밀어 올리는 힘과 이익을 갉아먹는 힘이 동시에 커지고 있는 구도입니다. 환율이 빠르게 내리는 속도가 유지된다면, 다음 분기 실적 발표 시즌에 어닝 서프라이즈(예상을 웃도는 실적)가 아니라 반대 방향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출처: 한국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원화 가치가 10% 절상될 경우 수출 기업 영업이익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7,000이라는 숫자는 반갑지만, 그 숫자를 만든 재료가 얼마나 단단한지를 따져보면 조금 다른 그림이 나옵니다. 지금 상승의 재료는 미국 반도체의 분위기, 외국인의 순매수, 그리고 아직 주가에 완전히 반영되지 않은 환율 부담입니다. 앞의 둘은 언제든 방향을 바꿀 수 있고, 뒤의 하나는 실적이라는 형태로 천천히 다가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미국 증시가 하락했는데 코스피는 왜 올랐나요?
A. 미국 다우·S&P500·나스닥 전체는 미-이란 전쟁 우려로 이틀째 하락했지만, 반도체 섹터만큼은 AI 투자 기대감으로 강세를 유지했습니다. 코스피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비중이 절대적인 시장이라, 미국 지수 전체가 아닌 미국 반도체 섹터의 흐름을 따라 상승했습니다.
Q. 개인 투자자들이 팔고 있는데 지금 사도 되나요?
A. 수급 데이터만으로 매수 타이밍을 결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외국인과 기관이 순매수를 지속하는 구간은 역사적으로 지수 바닥 다지기 국면과 겹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중요한 건 지금 내 결정이 공포에 의한 것인지, 논리적 판단에 의한 것인지를 먼저 구분하는 것입니다.
Q. 환율이 내리면 주식 시장에 좋은 건가요, 나쁜 건가요?
A. 관점에 따라 다릅니다. 수입 원자재 비용이 줄어드는 기업이나 외채 상환 부담이 줄어드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현대차처럼 달러로 수익을 올리는 수출 기업에는 원화로 환전할 때 손에 쥐는 금액이 줄어드는 환차손이 발생해 실적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줍니다.
Q.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SOX)를 어디서 확인하나요?
A. 국내 주요 증권사 앱의 해외 지수 탭에서 'SOX' 또는 '필라델피아 반도체'로 검색하면 실시간 확인이 가능합니다. 인베스팅닷컴(Investing.com)에서도 무료로 차트를 볼 수 있습니다. 코스피 방향을 가늠할 때 나스닥보다 SOX를 먼저 보는 습관이 반도체 중심 장세에서는 더 유용합니다.
결론
7,000이라는 숫자는 분명 의미 있습니다. 한 달 반 만의 복귀니까요. 그런데 제 경험상, 숫자보다 그 숫자를 만든 재료를 보는 게 더 중요했습니다. 이번 상승은 우리 기업 펀더멘털(기업의 내재 가치를 결정하는 실적·재무 등 기초 체력)이 좋아진 덕분이라기보다 미국 반도체 분위기가 좋아진 덕분에 가깝습니다. 빌려온 동력이라면, 그 동력의 원천이 식을 때를 대비해야 합니다.
앞으로 두 가지를 챙겨 보실 것을 권합니다. 하나는 미국 반도체 지수(SOX)의 방향이고, 다른 하나는 원-달러 환율 추이입니다. 환율이 계속 내리면 다음 실적 시즌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가 이번 상승의 지속 여부를 판가름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숫자 뒤의 재료를 보는 눈이 결국 투자 판단의 질을 결정합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052/0002404944?ntype=RAN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