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달력에 날짜를 적어두고 기다리는 스타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SK하이닉스 실적 발표일만큼은 달랐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크게 나온 100조 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 주당 2만 원 배당, 그리고 PER 3배라는 숫자 앞에서 제가 배워온 원칙들이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이 글은 그 시험을 통과하며 정리한 기록입니다.저평가 분석 — 실적과 주가가 정반대로 달리는 이유제가 처음 이 숫자를 봤을 때 한동안 멈췄습니다. 사상 최대 실적, 100조 원 환원, 그런데 주가는 고점 대비 55% 하락. 논리적으로는 성립하지 않는 그림이었습니다.여기서 핵심 지표가 PER(주가수익비율)입니다. PER이란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수치로, 투자자들이 이 회사의 이익 1원에 얼마를 지불할 의..
현재까지 AI 데이터센터에 투자된 금액은 약 1조 5천억 달러, 목표치의 5분의 1 수준입니다.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제 반응은 "그게 정말이면 지금 겁먹을 때가 아닌데"였습니다. 급락 이후 분위기가 뒤숭숭한 시점에 일부러 반대편 목소리를 찾아 읽었고, 메모리 반도체와 전력이라는 두 병목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숫자와 함께 뜯어봤습니다.AI 투자가 2031년까지 간다는 계산, 믿어도 될까AI 투자 버블 논쟁은 대개 감정 싸움으로 흘러갑니다. "AI는 거품이다"와 "AI는 패러다임 전환이다"가 팩트 없이 충돌하는 구조죠. 그런데 제가 이번에 접한 분석은 접근 방식 자체가 달랐습니다. "역사적으로 미국에서 새 산업이 등장했을 때 투자는 어디까지 갔나"라는 측정 가능한 질문으로 바꾼 겁니다.논리의 핵심은 이렇..
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급락 기사를 읽을 때마다 맥락 없이 숫자에 놀라기 바빴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코스피가 14.5% 빠지는 걸 보면서는 달랐습니다. 노트에 쌓아온 단편들이 이 기사를 미리 설명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주간 낙폭을 기록했고, 국민연금의 주식 평가액은 석 달 반 만에 182조 원이 줄었습니다. 이 급락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제가 정리한 세 가지 틀을 나눠보겠습니다.국민연금의 리밸런싱 딜레마, 안전판이 다친 사연이번 기사에서 제가 처음 제대로 공부한 건 국민연금의 리밸런싱(Rebalancing) 문제였습니다. 리밸런싱이란 포트폴리오에서 자산 유형별 비중이 목표치에서 벗어날 때, 이를 다시 맞추기 위해 사고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빠지는 걸 보면서 소부장 종목까지 같이 털어낸 경험, 저도 있습니다. 그때는 당연한 선택이라 생각했는데, 나중에 돌아보니 그게 가장 비싼 실수였습니다. 반도체 대형주가 쉬어가는 구간에 오히려 소재·부품·장비 섹터가 움직이는 이유, 그리고 어닝 쇼크가 터질 때 왜 주가가 오르기 시작하는지 — 이 두 가지 역설을 직접 공부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어닝 쇼크가 바닥인 이유, 처음엔 이상했습니다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실적이 나쁘게 나오는 순간에 주가가 오르기 시작한다는 말이 처음엔 앞뒤가 안 맞는 소리처럼 들렸습니다.2015년과 2018년, 두 번 모두 반도체 대형주는 실적이 좋을 때 오히려 주가가 먼저 떨어졌습니다. 이유는 선행 반영(price-in)이었습니다. 여기서 선..
"미국이 중국 칩을 AI 데이터센터에 안 쓸 테니 한국은 괜찮다"는 말, 저도 반쯤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전문가 토론을 보다가 그 안심의 근거가 우리 실력이 아니라 남의 정책이라는 사실을 다시 마주했습니다. 중국 메모리 기업 CXMT가 중국 증시 시가총액 1위를 찍었다는 소식, 그리고 그 자리를 빼앗긴 게 마오타이라는 술 회사라는 점이 숫자 이상의 무게로 다가왔습니다.풀베팅 vs 관망, 전문가가 싸우는 진짜 이유전문가 두 명이 정반대 의견을 내놓을 때, 저는 예전엔 "누가 맞나"를 먼저 따졌습니다. 그런데 이번 토론을 보면서 그보다 먼저 봐야 할 게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각자가 보는 변수가 다르다는 점입니다.한 쪽의 논리는 시장 안에 있었습니다. AI, 인프라, 반도체 섹터가 충분히 조정을 받..
주가수익비율(PER)이 4배라면 싸다고 봐야 할까요, 아니면 함정일까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2개월 선행 PER이 4배 수준까지 내려왔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처음엔 "이 정도면 사야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공부할수록 그 직관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PER 숫자 하나가 아니라, 그 숫자 뒤에 숨은 시장의 판단을 읽어야 했습니다.PER 4배, 진짜 저평가인가 아니면 함정인가일반적으로 PER이 낮으면 저평가 종목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서 PER(주가수익비율)이란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쉽게 말해 "이 회사가 1원 벌 때 시장이 얼마를 쳐주느냐"를 나타냅니다. 코스피 평균 PER이 대략 10배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4배는 분명 숫자만 보면..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 비중이 19%에서 8%까지 쪼그라든 사이, 중국 정부가 신형 AI 칩 구매를 최종 승인할 경우 엔비디아는 1년 만에 중국 AI 시장에 복귀하게 됩니다.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저는 중국 반도체가 맹추격한다는 기사들을 떠올렸고, 그 두 이야기를 나란히 놓으니 지금껏 보지 못했던 입체감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 있던 솔리다임 이야기도 이번에 다시 꺼내 뒤집어 봤습니다.엔비디아 중국 복귀, 말과 행동이 다를 때 행동을 믿어야 했습니다중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RTX 프로 5500 구매를 승인하기로 방향을 잡았다는 소식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었습니다. RTX 프로 5500은 메모리 사양 84GB GDDR7, 최대 소비 전력 600W의 고성능 AI 칩으로, 중국 내 ..
솔직히 저는 반도체 전문가 영상을 틀 때마다 10분도 못 버티고 껐습니다. 모르는 말이 너무 많아서요. 그런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몇 달 동안 기사를 읽어온 조각들이 영상 안에서 하나씩 자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P와 Q, LTA, HBM4—이 단어들이 처음으로 살아있는 맥락으로 들렸습니다. 그 경험을 그대로 풀어보겠습니다.가격 싸움에서 수량 싸움으로 —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제가 이 영상에서 가장 크게 얻어간 개념은 'P에서 Q로의 전환'이었습니다. 여기서 P란 가격(Price)을 뜻하고, Q는 수량(Quantity)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예전에는 칩 한 개 가격이 얼마냐에 따라 기업의 실적이 출렁였는데, 이제는 얼마나 많이 파느냐의 게임으로 구조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수급 기사를 열면 종목 이름이 스무 개씩 쏟아집니다. 처음엔 그냥 목록이라 생각하고 넘겼는데, 어느 날부터 그 목록 안에서 선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22일 기관이 삼성전기·삼성전자·LG전자를 사들이면서 SK하이닉스를 판 날, 저는 그 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한참 들여다봤습니다.목록 기사에서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수급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는 솔직히 재미가 없었습니다. 삼성전기 얼마, 삼성전자 얼마, LG전자 얼마 — 숫자와 이름만 이어지는 기사를 읽으면서 "이게 나한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비슷한 기사를 열 번쯤 읽고 나서야 목록이 아니라 방향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기관 순매수란 기관투자자들이 특정 종목을 판 것보다 더 많이 사들였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기관투자자란 연기금·자산운용..
16일 코스피가 5거래일 만에 반등해 6717.97로 마감했습니다. 그런데 기사를 읽다가 이상한 숫자를 발견했습니다. 오른 종목은 304개, 떨어진 종목은 578개. 지수는 1.37% 올랐는데 하락 종목이 두 배 가까이 많다는 게 말이 되는 걸까요. 처음엔 기사 오타인가 싶어 두 번 읽었습니다.지수가 올랐는데 내 주식만 빠진 이유,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코스피 지수는 시가총액 가중방식(Market Cap Weighted Index)으로 계산됩니다. 여기서 시가총액 가중방식이란, 회사의 규모가 클수록 지수에 미치는 영향도 그만큼 크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해 삼성전자 한 종목이 움직이면, 이름도 생소한 중소형주 수십 개가 반대로 움직여도 지수는 삼성전자 방향을 따라갑니다.이날 삼성전자는 2.01% 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