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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의 중국 매출 비중이 19%에서 8%까지 쪼그라든 사이, 중국 정부가 신형 AI 칩 구매를 최종 승인할 경우 엔비디아는 1년 만에 중국 AI 시장에 복귀하게 됩니다.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저는 중국 반도체가 맹추격한다는 기사들을 떠올렸고, 그 두 이야기를 나란히 놓으니 지금껏 보지 못했던 입체감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머릿속에 남아 있던 솔리다임 이야기도 이번에 다시 꺼내 뒤집어 봤습니다.
엔비디아 중국 복귀, 말과 행동이 다를 때 행동을 믿어야 했습니다
중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RTX 프로 5500 구매를 승인하기로 방향을 잡았다는 소식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었습니다. RTX 프로 5500은 메모리 사양 84GB GDDR7, 최대 소비 전력 600W의 고성능 AI 칩으로, 중국 내 판매가격은 1,700만~1,800만 원 수준으로 책정됐고 12월 말부터 분기당 약 50만 개를 출하할 계획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런 복귀 소식은 엔비디아 주가 호재라는 시각으로 단순하게 읽히는데, 저는 이번만큼은 다른 면을 더 주목하게 됐습니다.
중국이 이 승인을 결정한 이유가 핵심이었습니다. AI 서비스 확산 속도가 너무 빨라 중국산 반도체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제가 직접 찾아봤는데, 얼마 전 중국의 화웨이 어센드 시리즈가 엔비디아 H100에 근접한다는 기사가 나왔던 것과 정반대의 그림입니다. 밖으로는 "자체 기술로 따라잡고 있다"는 메시지를 내보내면서, 안으로는 미국 칩을 다시 사들이는 결정을 한 셈입니다. 말과 행동이 다를 때는 행동 쪽이 진짜 사정에 가깝다는 걸, 이번 사례에서 다시 한번 확인한 기분이었습니다.
미국 측의 계산도 있을 것입니다. 미중 정상회담 이후 AI 위험 발생 시 소통 핫라인 구축에 합의하는 등 새로운 국면이 열렸고, 미국 당국이 밀수 단속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정식 수출 허가를 내주는 것은 중국이 엔비디아 칩에 계속 의존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일 수도 있습니다. 기술 자립을 늦추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립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 비중이 최근 분기 기준 8%까지 줄었다는 숫자를 보니, 젠슨 황이 최근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이유가 자연스럽게 납득됐습니다. 엔비디아의 한국 시장 공략은 중국 매출 공백을 메우려는 판매 전략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을 두드리는 건 기업도,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 RTX 프로 5500: 84GB GDDR7, 최대 소비 전력 600W, 중국 판매가 1,700만~1,800만 원
- 출하 계획: 12월 말부터 분기당 약 50만 개
- 엔비디아 중국 매출 비중: 19% → 9% → 8%로 지속 축소 (출처: 엔비디아 SEC 공시)
- 미중 정상회담 이후 AI 핫라인 구축 합의로 판매 허용 환경 조성
솔리다임 IPO, "쪼개기 상장은 나쁘다"는 공식을 다시 뜯어봤습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0년 90억 달러에 인수한 인텔의 낸드플래시 SSD 사업부를 기반으로 출범한 회사입니다. 낸드플래시(NAND Flash)란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유지되는 비휘발성 반도체 메모리로, AI 서버의 대용량 저장장치 핵심 부품입니다. 지금은 낸드 가격 급등으로 수익을 내고 있지만, 인수 당시만 해도 성공 여부가 불확실했던 승부수였습니다.
로이터 통신은 솔리다임이 내년 미국 뉴욕 증시 입성을 목표로 투자은행들과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출처: Reuters). 시장에서 거론되는 기업가치는 최대 150억 달러, 공모 규모는 최대 20조 원 수준입니다. 지난 8월 프리 IPO 투자 유치 소식이 처음 나왔을 때 SK하이닉스 주가가 10% 이상 급락했던 걸 기억합니다. 그때 저도 "쪼개기 상장은 기존 주주 몫을 희석시키는 나쁜 일"이라고 정리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반론을 접하고 나서, 제 기존 판단이 틀렸다기보다 너무 뭉뚱그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한국 증시 중복 상장은 주주환원율이 낮아 디스카운트 요인이 되지만, 미국 시장은 주주환원 문화가 자리 잡혀 있어 상장으로 키운 가치가 결국 모회사인 SK하이닉스 주주에게 돌아올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여기서 주주환원이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 등의 형태로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행위를 뜻합니다. 한국과 미국 시장의 이 문화 차이가 같은 "쪼개기 상장"을 전혀 다른 사건으로 만든다는 점이 제가 이전에 빠뜨렸던 변수였습니다.
제가 정리한 판단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조달 자금이 그 사업 자체를 키우는 데 쓰이는지, 공모 방식이 구주 매출인지 신주 발행인지, 그리고 상장하는 시장의 주주환원 문화가 어느 수준인지입니다. 솔리다임의 경우 조달 자금이 미국 내 낸드플래시 생산 시설 건설에 투입될 전망이고, 미국 시장에 상장한다는 조건이라면 일방적인 악재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8월의 10% 급락은 이 세 칸이 채워지기 전의 공포 반응이었던 셈입니다.
5단계 지배구조와 공모 방식, 조건에 따라 답이 달라집니다
SK하이닉스의 5단계 지배구조 완성 이후 솔리다임까지 상장하면 기존 상장사 주주의 가치가 희석된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지배구조(Governance Structure)란 모회사와 자회사 간 소유 관계를 뜻하며, 단계가 많아질수록 소액주주의 이익이 최상단까지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공모 방식이 기존 주식을 파는 구주 매출이라면 SK하이닉스에 현금이 직접 유입되고, 신주 발행이라면 지분이 얇아지는 구조입니다. 결국 같은 IPO도 조건에 따라 전혀 다른 사건이 됩니다. 예전에 배운 걸 뒤집는 게 아니라 더 정교하게 만드는 경험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엔비디아 RTX 프로 5500이 중국에서 팔리면 엔비디아 주가에 호재인가요?
A. 일반적으로 중국 시장 복귀는 단순한 호재로 읽히지만, 제가 살펴본 바로는 조금 더 복잡합니다. 분기당 50만 개 출하와 1,700만~1,800만 원의 단가 수준을 고려하면 매출 기여는 분명하지만, 현재 8%까지 줄어든 중국 비중이 단기에 크게 반등하기는 어렵습니다. 시장 반응은 긍정적이겠지만, 중장기 모멘텀으로 보는 것이 더 합리적으로 보입니다.
Q. 솔리다임 IPO가 SK하이닉스 주주에게 나쁜 건가요?
A. "쪼개기 상장은 나쁘다"고 단정하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조건을 따져보면 답이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증시 중복 상장이라면 주주환원율이 낮아 기존 주주에게 불리하지만, 미국 상장이고 조달 자금이 사업 확장에 쓰이며 구주 매출 방식이라면 하이닉스 주주에게 오히려 현금이 유입되는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세 가지 조건이 채워지는지를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습니다.
Q. 골드만삭스의 코스피 12,000 전망은 믿을 만한가요?
A. 한국 자본 시장 행사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맥락을 같이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는 글로벌 금융사 대표가 주최국을 칭찬하는 건 자연스러운 상황이라, 분석과 덕담이 섞여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AI 투자 지속 전망과 반도체·에너지·금융 등 견조한 산업군이라는 근거 자체는 유효하지만, 발언의 내용만큼 발언의 무대를 같이 살피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게 제 경험상의 결론입니다.
Q. 중국이 자국산 AI 칩을 포기하고 엔비디아를 다시 쓰는 건가요?
A. 포기라기보다는 시간 벌기에 가깝다는 게 제가 내린 해석입니다. AI 서비스 확산 속도가 자국산 칩의 생산 능력을 앞질러 버린 상황에서 임시방편으로 구매를 허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의 기술 추격 자체는 계속되고 있지만, 자급까지는 아직 거리가 있다는 것을 이번 결정이 역설적으로 보여줍니다.
결론
이번에 얻은 건 결론이 아니라 판단 도구였습니다. 말과 행동이 다르면 행동을 믿을 것, 좋다 나쁘다로 퉁치지 말고 조건별로 쪼개서 볼 것, 발언의 내용만큼 발언의 무대를 확인할 것. 세 가지입니다.
솔리다임 이야기가 특히 그랬습니다. 예전에 한 줄로 정리했던 결론이 조건 하나로 완전히 뒤집힐 수 있다는 걸 확인하고 나니, 앞으로 비슷한 뉴스를 접할 때 체크해야 할 항목이 더 구체적으로 잡혔습니다. 공부가 쌓인다는 건 이런 방식인 것 같습니다. 엔비디아의 중국 복귀 소식과 솔리다임 IPO 논의가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앞으로도 조건을 보면서 따라갈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