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용인과 청주에 총 54조3000억 원을 투자해 차세대 D램·낸드 생산 기지를 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발표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금액보다 날짜에 먼저 눈이 갔습니다. 첫 클린룸 가동이 2029년이라는 숫자를 보는 순간, 이건 지금의 호황에 쌓는 베팅이 아니라 3년 뒤를 향해 던지는 베팅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투자 발표를 읽는 법이 달라진 날솔직히 말하면, 예전의 저는 "수십조 투자"라는 헤드라인이 뜨면 금액의 크기에 압도되어 막연히 호재로 받아들이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여러 기업의 투자 발표와 그 이후를 몇 년간 지켜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정작 중요한 정보는 금액이 아니라, 그 숫자 옆에 조용히 붙어 있는 두 가지 더라고요.그 첫 번째는 시간표입니다. 이번 발표에서 용인 Y2 팹의..
공장 하나 없는 회사가 삼성전자로부터 1조 2,780억 원을 받아냈습니다. 6년간 이어진 삼성전자와 넷리스트의 특허분쟁이 마침내 포괄적 합의로 마무리됐습니다.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저는 투자 공부를 막 시작하던 시절 "기업의 크기는 공장과 직원 수로 본다"고 믿었던 제 자신이 떠올랐습니다. 이 사례는 그 오래된 착각을 다시 한번 완전히 부숩니다.공장 없는 회사가 1조를 받아낸 구조, 어떻게 가능했을까넷리스트는 지난 2000년 LG반도체 출신의 홍춘기 대표가 미국 캘리포니아 얼바인에서 창업한 서버용 메모리 모듈 전문 기업입니다. 직접 생산 라인을 운영하는 대신 설계와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에 집중해 온 이른바 팹리스(Fabless) 구조의 회사입니다. 여기서 팹리스란 반도체 설계만 전담하고 실제 제조..
솔직히 저는 그날 계좌를 열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7월 28일, SK하이닉스가 하루 만에 14% 넘게 빠졌습니다. 사상 최대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둔 날에. 뉴스 하나가 시장을 뒤집었고, 제 머릿속도 함께 흔들렸습니다. 이 글은 그 폭락이 왜 일어났는지, 그리고 그 한복판에서 저는 무엇을 생각했는지를 정리한 기록입니다.폭락 원인: 중국 DUV 장비 소식이 방아쇠가 됐다이날 하락의 직접적인 불씨는 중국발 뉴스였습니다. 상하이에 기반을 둔 국영 배경의 한 기업이 이머전 DUV 노광장비의 양산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입니다. 여기서 DUV(Deep Ultraviolet) 노광장비란 반도체 칩의 설계도를 실리콘 웨이퍼 위에 정밀하게 찍어내는 장비로,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쉽..
급락장에서 손절 버튼을 누르고 나서 며칠 뒤 반등을 지켜본 경험이 있는 분이라면, 이 글이 남의 이야기처럼 읽히지 않을 겁니다. 지금 반도체 시장은 장밋빛 전망과 공급 과잉 우려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구간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흔들리는 이 시점에, 패닉 매도를 피하는 법과 고점·바닥을 현실적으로 판단하는 기준을 제 경험과 함께 정리했습니다. 패닉 매도, 저도 바닥에서 팔아봤습니다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급락장을 맞닥뜨렸을 때, 저는 분석보다 공포를 믿었습니다. 보유 자산이 며칠 연속 내려가는 걸 보다가 결국 손절을 쳤는데, 그게 거의 바닥이었습니다. 이후 가격은 반등했고 저는 멍하니 차트를 바라봤습니다. 그때 뼈저리게 깨달은 건, 급락 구간에서 제 심리는 완전히 신뢰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