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하면, 저는 달력에 날짜를 적어두고 기다리는 스타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SK하이닉스 실적 발표일만큼은 달랐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크게 나온 100조 원 규모의 주주환원 계획, 주당 2만 원 배당, 그리고 PER 3배라는 숫자 앞에서 제가 배워온 원칙들이 동시에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이 글은 그 시험을 통과하며 정리한 기록입니다.저평가 분석 — 실적과 주가가 정반대로 달리는 이유제가 처음 이 숫자를 봤을 때 한동안 멈췄습니다. 사상 최대 실적, 100조 원 환원, 그런데 주가는 고점 대비 55% 하락. 논리적으로는 성립하지 않는 그림이었습니다.여기서 핵심 지표가 PER(주가수익비율)입니다. PER이란 현재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수치로, 투자자들이 이 회사의 이익 1원에 얼마를 지불할 의..
솔직히 저는 지난 여름 증시 급락의 원인을 레버리지에 몰린 개인 투자자들 때문이라고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기사 하나를 읽다가 그 판에 저도 전혀 몰랐던 참가자가 있었다는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금융위원회가 고빈도매매(HFT)를 시장 변동성 확대 요인으로 지목하고 규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같은 사건도 시간이 지나면 새 조각이 드러난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고빈도매매란 무엇이고, 왜 지금 문제가 됐나고빈도매매(HFT, High-Frequency Trading)라는 말을 이번 기사에서 처음 제대로 들여다봤습니다. 여기서 HFT란 초고속 컴퓨터 알고리즘을 이용해 밀리초(ms), 즉 1000분의 1초 단위로 대량의 주문과 취소를 반복하면서 아주 미세한 가격 차이로 수익을 내는 거래 ..
솔직히 저는 한동안 외국인 순매도 뉴스가 나올 때마다 그냥 나쁜 신호로만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올해 누적 순매도가 170조 원에 육박한다는 숫자를 보고 나서야, 이 숫자가 한국 증시에 대한 비관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한국 증시의 구조를 보여주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도의 규모보다 매도의 이유를 먼저 뜯어봐야 한다는 걸, 저는 꽤 늦게 깨달았습니다.같은 매도인데 왜 다르게 읽어야 하는가 — 리밸런싱과 매크로 압력코스콤 체크 집계 기준으로, 외국인은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169조 6022억 원을 순매도했습니다. 지난해 연간 순매도액이 4조 6546억 원이었으니, 올해 규모는 그것의 36배가 넘습니다(출처: 코스콤). 월별로 보면 외국인이 코스피에서 순매수한 달은 1월과 4월 단 두..
삼성전자가 최대 110조원, SK하이닉스가 4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발표하면서 시장의 질문이 빠르게 "다음은 누구인가"로 옮겨갔습니다. 저도 처음엔 이걸 대형주 두 곳의 이벤트로 읽었는데, 숫자를 들여다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자사주 소각 금액이 2년 만에 4배 이상 늘었고, 금융지주부터 지주회사까지 사슬처럼 번지고 있었습니다. 이 글은 그 확산의 경로와, 제가 이 변화를 어떻게 읽고 있는지를 솔직하게 적은 것입니다.수혜 경로: 환원이 사슬을 타고 번지는 구조시장을 보면서 제가 배운 것 중 하나는, 개별 사건과 추세를 구분하는 법입니다. 처음에는 큰 뉴스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실수를 반복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진짜 중요한 것은 그 사건이 다른 사건을 부르며 번지는지 여부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이번..
삼성전자가 올해 최대 110조 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결정했습니다. 한국 상장 기업 역사상 가장 큰 숫자입니다. 이 기사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제 반응은 "숫자보다 구조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였습니다. 어떤 원칙으로, 어떤 조건 아래 이 돈이 나오는 것인지 — 그 설계가 진짜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100조는 어떻게 나온 숫자인가 — FCF와 원칙의 이행이번 환원의 핵심은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환원에 쓴다는 사전 공개된 원칙입니다. 여기서 FCF란 기업이 영업 활동으로 번 현금에서 설비 투자 등 필수 지출을 빼고 실제로 남은 돈을 뜻합니다. 쉽게 말해 회사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현금이죠.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2026년 연간 FCF를 263조 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