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처음 읽었을 때 솔직히 모르는 단어가 세 개나 연속으로 나왔습니다. CCL, T-글래스, 닛토보. 하나씩 찾아가며 읽다 보니, 엔비디아와 구글 뒤에 이름도 생소한 일본 유리섬유 회사가 병목으로 앉아 있다는 사실이 보였습니다. AI 반도체 공급망의 가장 조용한 급소, 이 글에서 그 구조를 정리해봤습니다.CCL이 뭔지 몰랐던 제가 공급망을 이해한 순서처음에 "두산 전자BG가 CCL 공장을 증설한다"는 문장을 읽고 멈췄습니다. CCL이 뭔지 몰랐으니까요.CCL은 동박적층판(Copper Clad Laminate)의 약자입니다. 여기서 동박적층판이란, 인쇄회로기판(PCB)을 만들 때 기초 재료로 쓰이는 얇은 판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반도체 기판의 '밑판'입니다. AI 반도체가 아무리 고성능이어도 이 ..
애플이 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의 메모리 반도체를 아이폰과 맥북에서 테스트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가격 인하 요구를 거절당하고도 검증을 멈추지 않는다는 대목에서, 저는 이것이 단순한 부품 소싱 뉴스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협상의 판이 이미 테이블 밖에서 짜이고 있다는 신호로 읽혔기 때문입니다.협상력은 몸집이 아니라 대안의 수에서 나온다시장 뉴스를 오래 들여다보다 보면, 처음에 제가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하나씩 무너지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큰 구매자가 항상 갑"이라는 공식이었습니다. 애플처럼 연간 수천만 대를 출하하는 기업이 가격 인하를 요구하면 공급사가 고분고분 따르는 것이 당연한 그림 아닌가, 처음에는 그렇게 봤습니다.직접 겪어보니 다른 원리가 작..
애플이 하루 만에 시가총액 1위 자리를 엔비디아에 내줬습니다. 주가는 7.35% 급락했고, 이유는 실적 부진이 아니라 단 한 줄의 전망이었습니다.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가장 안전하다고 믿었던 자산이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크게 무너지는 날, 그 당혹감은 꽤 오래 남습니다.안전자산이라는 믿음이 깨지던 날저도 처음엔 애플 같은 종목을 포트폴리오의 '앵커'처럼 다뤘습니다. 앵커(Anchor)란 배가 흔들려도 중심을 잡아주는 닻처럼, 시장이 출렁여도 크게 흔들리지 않으리라 기대하는 자산을 말합니다. 변동성이 낮고 실적이 꾸준하며, 무엇보다 "이건 지수를 들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는 안도감이 있었습니다.그런데 어느 날 그 종목이 다른 어떤 보유 자산보다 크게 빠지는 것을 봤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