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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4천만 원으로 시작해 12년 만에 85억 원을 만든 투자자 이야기를 읽었는데, 제 눈이 멈춘 건 그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이 사람이 코스피 9000 돌파 국면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단 한 주도 사지 않았다는 사실, 그게 더 충격이었습니다. 화려한 수익률보다 12년을 버티게 한 기준이 뭔지가 궁금했고, 그 질문 하나로 이 글을 씁니다.
모두가 반도체를 살 때, 이 사람이 버틴 배경
올 초 코스피 지수가 9000선을 돌파하던 시기, 시장의 눈은 온통 반도체 주도주(시장 상승을 이끄는 핵심 종목군)에 쏠려 있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이른바 '삼전닉스'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는 동안 이 두 종목을 들고 있지 않은 투자자들은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던 분위기였습니다. 제가 직접 그 시기 뉴스를 들여다봤는데, 반도체 언급이 없는 경제 기사를 찾기가 오히려 더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그 시기에 12년 경력의 투자자 임인홍 씨는 아내로부터 직접 질문을 받았습니다. "주식 한 지 12년인데 삼전닉스가 한 주도 없어, 투자 방식이 잘못된 거 아니야?" 이 대화가 제게는 남 얘기처럼 들리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사는 걸 나만 안 갖고 있을 때 생기는 그 불편한 감각 — 소외 공포(FOMO, Fear Of Missing Out)라고 합니다. 여기서 FOMO란 시장에서 소외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이성적 판단보다 먼저 작동하는 심리 현상으로, 개인 투자자가 고점에서 추격 매수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입니다.
임씨가 이 압박 앞에서 한 행동은 뜻밖이었습니다. 매수도 버티기도 아니라, 자신의 투자 기준을 꺼내서 다시 검토하는 것이었습니다. 삼전닉스를 그 기준에 대입해봤고, 맞지 않는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그래서 사지 않았습니다. 흔들린 것 자체가 아니라, 흔들린 다음에 기준으로 돌아갔다는 점 — 제 경험상 이게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공포와 탐욕이 극대화된 시장에서 종이에 적힌 원칙을 실제로 지키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를 생각하면 더 그렇습니다.
저평가 우량주 선별,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가
임씨의 종목 선정 기준은 의외로 간결합니다. 저평가 우량주(PBR·PER 기준으로 실제 기업 가치보다 주가가 낮게 형성된 재무 건전 기업)만 산다는 원칙입니다. 여기서 PBR(주가순자산비율)이란 기업의 장부상 순자산 대비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1 미만이면 회사가 보유한 자산보다 싸게 거래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지표가 낮으면서도 꾸준히 이익을 내는 기업, 그리고 번 돈을 주주에게 배당으로 돌려주는 기업이 그의 타깃입니다.
기업을 고르는 출발점은 놀랍도록 일상적입니다. 자신이 매일 쓰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회사부터 살펴보는 것입니다. 그다음 확인하는 항목은 세 가지입니다.
- 최근 5년간 영업이익이 꾸준히 흑자인가 — 일회성 이익이 아닌 반복 가능한 수익 구조를 보는 것입니다.
- 특정 오너에 대한 의존도(오너 리스크)가 낮은가 — 경영 리스크가 한 사람에게 집중되면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가 생깁니다.
- 배당을 10년 이상 중단 없이 지급했는가 — 꾸준한 배당은 기업이 실제로 현금을 번다는 가장 직접적인 증거입니다.
제가 직접 이 세 항목으로 제 주변 소비재 기업 몇 곳을 체크해봤는데, 기준을 동시에 통과하는 기업이 생각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이익은 나지만 배당이 불규칙하거나, 배당은 주지만 최근 몇 년 이익이 들쑥날쑥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이 필터를 통과한 기업을 찾는 것 자체가 이미 상당한 수준의 리서치입니다.
주주환원율(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 중 배당과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에게 돌려주는 비율)도 중요한 기준입니다. 여기서 주주환원율이란 단순히 배당금 크기가 아니라, 기업이 주주를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사업보고서를 열면 배당 이력과 당기순이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임씨가 말하는 '확인 목록'은 결국 이 공개 자료들입니다.
장기투자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기준이 먼저다
임씨도 처음부터 이 방식으로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빨리 부자가 되고 싶어서 FX마진거래나 해외선물 같은 파생상품에 손을 댔다가, 몇 초 만에 수천만 원을 여러 번 날렸다고 합니다. FX마진거래란 환율 변동을 이용해 레버리지(증거금의 수십 배 규모로 거래하는 구조)로 단기 차익을 노리는 상품으로, 방향이 조금만 어긋나도 원금 전액을 잃을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그 시장을 들여다본 적은 없지만, 주변에서 이 경험을 거친 분들의 공통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손실을 본 뒤에야 비로소 '왜 이 종목을 샀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임씨의 경우, 그 수업료 이후 방향이 바뀐 것은 투자 종목이 아니라 투자 기준이었습니다. 2014년 4000만 원으로 본격 시작해 지난달 기준 주식 평가금액 85억 원. 단순 계산으로도 11년간 연평균 복리수익률(CAGR, Compound Annual Growth Rate)은 약 30% 수준입니다. 여기서 CAGR이란 투자 기간 전체를 하나의 연간 성장률로 환산한 수치로, 단기 급등락이 아닌 복리의 누적 효과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출처: 한국거래소(KRX) 데이터를 보면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연평균 수익률은 한 자릿수 초반대에 머물렀습니다. 임씨의 결과가 단순 시장 상승의 수혜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제가 이 이야기에서 가장 오래 생각한 부분은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기준이 먼저, 종목은 나중'이라는 순서였습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초보 투자자들이 반대로 합니다. 종목부터 사고, 기준은 없습니다. 그러면 주가가 떨어질 때 왜 들고 있는지 몰라서 무너집니다. 기준이 있으면 떨어져도 '내 기준은 아직 유효한가'만 확인하면 됩니다. 버티는 힘이 전략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기준에서 온다는 걸, 이 사람의 12년 이야기가 보여줍니다.
물론 한 가지는 분명히 짚어야 합니다. 같은 방법으로 투자했는데 결과가 다른 사람들은 기사에 나오지 않습니다. 성공한 사람만 인터뷰가 됩니다. 이 이야기에서 '85억'을 따라 하려는 것은 위험하고, '기준을 먼저 세운다'는 태도를 가져오는 것이 맞습니다. 결과는 복제할 수 없지만 태도는 복제할 수 있으니까요.
자주 묻는 질문
Q. 저평가 우량주는 어떻게 찾나요?
A. 출발점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자신이 매일 쓰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부터 살펴보세요. 그다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서 최근 5년치 사업보고서를 열어 영업이익이 꾸준히 흑자인지, 배당을 지속적으로 지급했는지 확인합니다. PBR이 1 미만이면서 이 두 조건을 동시에 통과하는 기업이 후보군입니다.
Q. 삼성전자 같은 대형주는 저평가 우량주가 아닌가요?
A. 대형주라고 해서 자동으로 저평가 우량주가 되지는 않습니다. 임씨의 기준은 '실제 가치 대비 주가가 낮은가'입니다. 시장의 주목을 받아 주가가 충분히 반영된 종목은 이 기준에서 벗어납니다. 삼전닉스가 매수 대상이 아니었던 것도 기업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의 기준상 저평가 구간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Q. 가치투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거 아닌가요?
A. 맞습니다. 가치투자의 핵심은 복리(CAGR)이고, 복리는 시간이 길수록 효과가 커집니다. 임씨의 사례도 11년이라는 기간이 전제입니다. 단기에 큰 수익을 원한다면 이 방식은 맞지 않습니다. 다만 단기 투기 상품에서 손실을 본 뒤 이 방식으로 돌아온 사람들의 공통점이 하나인데, "처음부터 이걸 할걸"이라는 말이었습니다.
Q. 배당주와 저평가 우량주는 같은 개념인가요?
A. 겹치는 부분이 있지만 같지는 않습니다. 배당주는 배당을 지급하는 모든 종목을 포함하지만, 저평가 우량주는 여기에 '주가가 실제 가치보다 낮아야 한다'는 조건이 추가됩니다. 배당을 꾸준히 주더라도 주가가 이미 충분히 오른 상태라면 임씨의 기준에서는 매수 대상이 아닙니다.
결론
이 이야기를 읽고 제가 내린 결론은 하나입니다. 다음 공부는 종목 찾기가 아니라 기준 만들기입니다. 어떤 회사를 좋은 회사라고 부를 건지, 언제 더 사고 언제 파는지 — 그 문장들을 먼저 종이에 적어두는 것. 흔들릴 때 꺼내볼 기준이 없으면, 시장이 아니라 감정이 매매를 결정합니다.
제가 직접 해볼 첫 번째 행동은 소박합니다. 오늘 제가 쓴 제품의 회사 하나를 골라, DART에서 5년치 영업이익과 배당 이력을 확인해보는 것입니다. 85억을 목표로 하는 게 아니라, 기준을 만드는 연습을 시작하는 것. 그게 이 12년 투자 이야기가 제게 준 진짜 숙제입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3553690?ntype=RAN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