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바이오 주식은 복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임상 결과 하나에 주가가 반토막 나는 걸 몇 번 보고 나서는 더욱 그렇게 굳어졌습니다. 그런데 알테오젠을 들여다보면서 그 생각이 조금씩 흔들렸습니다. 올해만 세 건, 합산 최대 약 1조 8,000억 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성사시켰고, 이미 팔리고 있는 제품에서 로열티가 쌓여가는 구조가 제가 알던 바이오와는 달랐기 때문입니다.
바이오주에 대한 선입견이 깨진 순간
바이오 주식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이런 경험을 했을 겁니다. 제가 딱 그랬습니다. 임상 3상 결과 발표 날, 아무 예고도 없이 주가가 반토막 나는 걸 지켜보면서 "이건 도박이지 투자가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여러 바이오 기업의 사업 구조를 하나하나 비교해보다 보니, 같은 바이오라도 수익 구조가 전혀 다른 유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자기 신약 하나의 임상 성패에 회사 운명을 거는 모델이 있는가 하면, 다른 회사들이 개발하는 여러 약에 두루 쓰이는 기반 기술을 라이선스 형태로 팔고 계약금과 로열티(경상 기술료)를 쌓아가는 모델이 있습니다. 여기서 로열티란 제품이 실제로 팔릴 때마다 매출의 일정 비율을 계속 수령하는 수입 구조를 말합니다. 한 발 명중에 기대는 것과, 총을 쏠 기회를 반복해서 갖는 것의 차이입니다.
알테오젠이 바로 후자의 전형입니다. 제가 이 회사를 처음 제대로 살펴본 것은 하이브로자임(Hybrozyme) 플랫폼 때문이었습니다. 하이브로자임이란 정맥주사(IV) 제형으로만 투여되던 바이오의약품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주는 알테오젠의 핵심 플랫폼 기술입니다. 쉽게 말해, 병원에서 수십 분씩 맞아야 했던 링거 주사를 짧은 피하주사로 바꿔주는 기술인데, 환자 편의성이 높아지는 만큼 제약사 입장에서도 도입 유인이 상당합니다.
올해만 세 건, 플랫폼 기술수출의 실체
일반적으로 기술수출 계약 발표가 나오면 "또 최대 금액 발표네"라며 반신반의하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 회의론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헤드라인에 등장하는 계약 금액은 개발, 허가, 상업화의 모든 마일스톤(단계별 조건부 지급금)을 합산한 최대치이기 때문에, 실제 수령액은 그보다 훨씬 적을 수 있습니다. 마일스톤이란 계약 상대방이 특정 개발 단계를 통과할 때마다 지급하는 조건부 금액으로, 개발이 중단되면 해당 구간의 금액은 받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올해 알테오젠의 기술수출 실적은 따져볼 만합니다. 1월에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자회사 테사로와 최대 2억 8,5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고, 3월에는 바이오젠과 두 품목을 대상으로 최대 5억 7,9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리고 7월 초에 또 한 건이 추가되었는데, 이번에는 미공개 글로벌 제약사와 ALT-B4 기술을 적용한 품목에 대해 최대 3억 6,500만 달러 규모의 독점 기술수출 계약을 공시했습니다(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DART).
세 건의 최대 계약금액을 합산하면 12억 2,900만 달러, 원화로 약 1조 8,000억 원에 달합니다. 계약 상대방과 대상 품목이 비공개라는 점은 검증을 어렵게 한다는 점에서 아쉽습니다. 시장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동시에 투자자 입장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 점은 솔직히 제가 불편하게 여기는 부분입니다.
- 1월: GSK 자회사 테사로 — 최대 2억 8,500만 달러
- 3월: 바이오젠 — 최대 5억 7,900만 달러 (2품목)
- 7월: 미공개 글로벌 제약사 — 최대 3억 6,500만 달러
- 3건 합산 최대 금액: 약 12억 2,900만 달러(약 1조 8,000억 원)
키트루다 큐렉스, 기대가 아니라 실제 숫자로 확인된 것
이번 상승 재료 중에서 제가 가장 눈여겨본 것은 MSD의 키트루다 큐렉스 실적이었습니다. 키트루다 큐렉스는 기존 정맥주사 항암제 키트루다를 알테오젠의 ALT-B4 기술을 적용해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전환한 제품입니다. 여기서 SC 제형 전환이란 단순히 투여 방식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병원 주사실에 수십 분을 묶여 있지 않아도 된다는 편의성을 의미하기 때문에 실제 처방 전환 속도가 중요한 지표입니다.
MSD가 공개한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 따르면, 키트루다 큐렉스의 2분기 매출은 4억 6,300만 달러였습니다(출처: MSD Investor Relations). 1분기 1억 2,800만 달러에서 불과 한 분기 만에 3배 이상으로 늘었고, 월가 전망치였던 2억 8,300만 달러를 약 64% 웃돌았습니다. 솔직히 이건 저도 예상 밖이었습니다. 신제품이 시장에 안착하는 데는 보통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데, 이 정도 속도는 드문 경우입니다.
이게 알테오젠 투자 관점에서 중요한 이유는, 기술수출 계약의 마일스톤이 "가능성"에 기반한다면 로열티는 "실제 판매"에 기반하기 때문입니다. 키트루다 큐렉스가 팔린 만큼 알테오젠에게 로열티가 들어오는 구조이므로, 판매 성장이 확인될수록 알테오젠의 로열티 수입 추정치도 상향 조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기대가 아니라 누적되는 숫자로 검증되는 부분이라는 점이 제가 이 재료를 다르게 본 이유입니다.
주가 상승이 탄탄해 보여도, 반드시 짚어야 할 리스크
4거래일 연속 상승, 무상증자 권리락을 반영한 수정주가 기준으로 약 28%의 상승률. 숫자만 보면 화려합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런 순간이 오히려 더 꼼꼼하게 따져봐야 할 때입니다. 상승 재료가 겹쳐서 나올수록 시장의 기대감이 앞서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 상황에서 경계하는 지점은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앞서 언급한 마일스톤 구조입니다. 3억 6,500만 달러라는 숫자는 어디까지나 모든 개발 단계가 성공했을 때의 최대치입니다. 헤드라인 숫자와 실현 가능 숫자를 구분하지 않으면 기대가 부풀려지기 쉽습니다. 두 번째는 로열티 수입의 키트루다 의존도입니다. 플랫폼 기업이라는 점에서 분산 구조처럼 보이지만, 현재 실제로 로열티가 발생하는 상용화 제품은 키트루다 큐렉스가 핵심입니다. 단일 제품 의존도라는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세 번째는 수급 요인입니다. 코스닥 지수가 코스피와 별개로 반등하며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것이 장기적인 순환매의 시작인지 단기 반등에 그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릅니다. 제 경우엔 수급 개선이 기업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보강하는 것이 아니라 주가를 앞서 당기는 경우를 더 많이 봤기 때문에, 이 부분은 가장 조심스럽게 보고 있습니다.
결국 알테오젠에 대한 판단은 "연내 추가 기술이전이 성사될 것인가"라는 기대 변수가 아니라, 분기마다 쌓여가는 로열티 성장 궤적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기대는 변덕스럽지만 로열티는 누적되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알테오젠 기술수출 계약금 3억 6,500만 달러 다 받을 수 있나요?
A. 공시된 금액은 개발·허가·상업화의 모든 단계를 통과했을 때의 최대치입니다. 각 단계마다 조건을 충족해야 지급되는 마일스톤 구조이기 때문에, 개발 중단 시 해당 구간의 금액은 받지 못합니다. 일반적으로 기술수출 계약의 최대 금액이 실제 수령액과 같다고 보시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선급금 규모와 단계별 구성 비율을 별도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하이브로자임 플랫폼이 뭔가요?
A. 하이브로자임은 정맥주사(IV)로만 투여 가능했던 바이오의약품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전환할 수 있게 해주는 알테오젠의 핵심 플랫폼 기술입니다. 쉽게 말해 병원에서 긴 시간 맞아야 했던 주사를 짧은 피하주사로 바꿔주는 기술인데, 환자 편의성이 높아지는 만큼 여러 글로벌 제약사가 도입을 검토하는 구조입니다.
Q. 키트루다 큐렉스 판매 증가가 알테오젠 실적에 직접 영향을 주나요?
A. 네, 직접적인 연동 구조입니다. 알테오젠은 MSD와 계약 시 제품 순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로열티로 수령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키트루다 큐렉스가 많이 팔릴수록 알테오젠이 받는 경상 기술료도 함께 늘어납니다. 2분기 매출이 전 분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는 MSD 발표는 이 맥락에서 봐야 의미가 더 명확하게 보입니다.
Q. 알테오젠이 플랫폼 기업이면 단일 제품 리스크가 없는 건가요?
A. 플랫폼 구조라는 점은 여러 계약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지만, 현재 실제 로열티가 발생하는 상용화 제품은 키트루다 큐렉스가 핵심입니다. 플랫폼 기업이라고 해서 매출 집중 리스크가 자동으로 해소되지는 않으며, 제 경험상 이 부분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추가 상용화 제품이 늘어날수록 집중도가 분산되는 구조입니다.
결론
처음에 바이오 주식은 복권이라고 생각했던 저에게, 알테오젠은 그 틀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사례입니다. 특정 신약의 임상 성패가 아니라, 플랫폼 기술이 얼마나 넓게 채택되느냐로 수익이 결정되는 구조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종류의 위험이라고 느꼈습니다. 어떤 산업이든 "이 회사의 수익은 일회성 이벤트에서 나오는가, 반복 가능한 구조에서 나오는가"를 먼저 묻는 습관이 생긴 것도 이런 비교 과정 덕분입니다.
다만 지금 당장 주가가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판단을 서두르기보다는, 이번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로열티 수입의 실제 성장 수치를 확인한 뒤 판단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기대는 주가를 앞당기지만, 로열티는 분기마다 쌓이는 숫자입니다. 그 숫자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