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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늦게 내서 벌점 받은 업체에 더 큰 숙제를 맡겼다

오늘의 핫이슈는? 2026. 10. 1.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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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금을 낸 업체가 다음 계약을 따냈습니다. 코레일이 기차 예매 앱 '코레일+'를 새로 만들면서 직전 프로젝트를 6개월이나 늦게 끝내 지체상금을 물었던 업체와 다시 4억5000만 원짜리 수의계약을 맺었습니다. 기사를 처음 읽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게 실수인가, 아니면 구조인가"였습니다.



    수의계약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왜 문제인가

    수의계약(隨意契約)이란 여러 업체를 경쟁시켜 가장 나은 조건을 고르는 일반 입찰과 달리, 발주자가 특정 업체를 직접 지목해 계약하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공개 오디션 없이 캐스팅 디렉터가 낙점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공공계약에서는 긴급 상황이나 특수한 기술 보유 등 제한적인 경우에만 허용됩니다.

    코레일은 이번 수의계약의 이유로 "코레일과 SR이 3월 말까지 앱 기능 통합 사항을 협의했고, 개발 범위가 늦게 확정돼 발주 시간이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코레일 감사실과도 협의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솔직히 이 논리가 아예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시스템을 잘 아는 업체를 쓰면 인수인계 시간을 줄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곱씹을수록 이상한 지점이 보였습니다. 일정이 촉박해진 원인 자체가 코레일의 일정 관리 문제인데, 그 문제의 해결책으로 "검증에 실패한 업체를 다시 선택"한 셈이 된다는 겁니다. 급해졌다는 해명은 급해진 책임을 조용히 건너뜁니다.

    기획재정부의 출처: 기획재정부 국가계약법 운용 지침에서도 수의계약은 경쟁 원칙의 예외로 규정되며, 해당 사유가 엄격히 적용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에 비춰봐도, "시간이 없었다"는 사유만으로 과거 지체 이력이 있는 업체를 재선택한 것이 요건을 충족하는지는 의문이 남습니다.

    • 수의계약: 경쟁 입찰 없이 특정 업체를 직접 지정해 계약하는 방식. 공공계약에서는 긴급·특수 요건이 충족될 때만 허용
    • A업체는 코레일톡 고도화 사업에서 개발·프로그래밍을 담당했으나 계약 기한을 6개월 초과해 지체상금 3,843만 원 부과
    • 코레일은 "개발 기간이 짧아 기존 업체와 수의계약이 불가피했다"고 해명했지만, 일정 지연의 원인 자체가 코레일의 협의 지연이라는 점에서 책임 소재가 불분명
    요약: 시간이 없었다는 이유로 수의계약을 선택했지만, 그 시간 부족을 만든 것이 코레일 자신이라는 점에서 해명은 절반짜리입니다.

    벌금 낸 업체를 다시 뽑은 건 실수인가, 구조인가

    지체상금(遲滯償金)이란 계약 기간 안에 사업을 완료하지 못했을 때 발주자가 계약자에게 부과하는 위약금입니다. 기한 내 납품을 강제하기 위한 장치이고, 일종의 제도적 경고 신호입니다. A업체는 이 신호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더 큰 계약을 받았습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나쁜 담당자가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기보다 구조가 이 결과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습니다. 기존 앱을 만든 업체는 그 시스템의 내부 구조와 개발 이력을 혼자만 알고 있습니다. 발주자가 그 정보를 충분히 확보해 두지 않으면, 일정이 급해질수록 "아는 업체"의 대체 불가능성이 올라갑니다. 일을 맡길수록 그 업체에 묶이는 구조, IT 분야에서는 이를 벤더 종속(Vendor Lock-in)이라고 부릅니다. 특정 공급업체의 기술·시스템에 의존도가 높아져 다른 업체로 교체하기 어려워지는 현상을 뜻합니다. 제가 직접 이 기사를 읽으면서 가장 무겁게 느낀 지점도 여기였습니다.

    그렇다면 지체상금은 무엇을 했는가. A업체 컨소시엄이 낸 지체상금은 3,843만 원이었는데, 그 직후에 받은 계약은 4억5000만 원입니다. 열 배 넘는 금액입니다. 벌금을 내고도 다음 일감이 이렇게 보장된다면, 그 벌금은 처벌이 아니라 비용이 됩니다. 늦어도 손해가 크지 않다는 학습만 남습니다. 좋은 계약 구조는 못한 만큼 다음 기회가 줄어들게 설계되어야 하는데, 과거 성적이 다음 선정에 반영되는 시스템이 없다면 지체상금은 숫자놀음에 가까워집니다.

    조달청의 출처: 조달청 부정당업자 제재 제도는 계약 불이행 업체에 대해 일정 기간 입찰 참가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례가 그 기준에 해당하는지는 별도 검토가 필요하지만, 제도의 취지대로라면 과거 지체 이력이 다음 계약 기회에 영향을 미쳐야 합니다.

    요약: 벌금을 내고도 더 큰 계약을 받는 구조라면, 지체상금은 처벌이 아니라 통과 비용이 됩니다. 문제는 담당자가 아니라 과거 성적이 반영되지 않는 선정 구조입니다.

    품질 후퇴, 마감은 지켰는데 쓰기는 더 불편해졌다

    4억5000만 원을 들여 새로 만든 앱에서 기존에 되던 기능이 사라졌습니다. 코레일톡에서는 왕복 승차권을 한 번에 예매할 수 있었지만, 코레일+에서는 가는 편과 오는 편을 각각 따로 예매해야 합니다. 돈을 들여 바꿨는데 쓰기가 더 불편해진 겁니다.

    큰글씨 모드 문제는 그중에서도 제 눈에 더 걸렸습니다. 첫 화면에서는 글자가 커지지만 시간표 조회 화면으로 넘어가면 일부만 소폭 확대되고, 소요시간이나 정차역 수는 표시되지 않습니다. 다음 단계인 결제창은 일반 모드와 차이가 없습니다. 이 기능을 실제로 필요로 하는 분들은 주로 어르신이거나 시력이 불편한 분들일 텐데, 정작 중요한 화면에서 기능이 끊깁니다. 접근성(Accessibility) — 장애나 고령 등으로 인한 신체적 제약 없이 모든 사람이 동등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설계 원칙 — 의 관점에서 보면, 보여주기용 기능에 가깝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이 결과물이 말해주는 건 이 사업의 실질적인 목표가 "이용자 편의"가 아니라 "기한 내 통합 완료"였다는 겁니다. 일정에 쫓기는 조직이 흔히 빠지는 함정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공공 앱은 민간 앱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습니다. 이용자가 다른 선택지로 갈아탈 수 없다는 겁니다. 기차표는 코레일 앱에서만 살 수 있습니다. 경쟁이 없는 서비스에서 품질을 지키는 장치는 이용자의 이탈 압력이 아니라 감시와 책임뿐인데, 이번 사례는 그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읽힙니다.

    제 경험상 이런 방식으로 공개된 기사들을 읽을 때마다 비슷한 패턴이 반복됩니다. 마감은 지켰고 돈은 썼는데, 정작 써야 할 사람이 불편해진 상태로 끝나는 것.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게 더 씁쓸한 이유입니다.

    요약: 왕복 예매 기능 삭제, 반쪽짜리 큰글씨 모드 — 마감은 지켰지만 품질은 후퇴했습니다. 대안이 없는 공공 서비스일수록 품질 책임 장치가 더 강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코레일+에서 왕복 예매가 정말 안 되나요?

    A. 네, 기존 코레일톡에서는 왕복 승차권을 한 번에 예매할 수 있었지만, 코레일+에서는 가는 편과 오는 편을 각각 따로 예매해야 합니다. 기능이 추가된 게 아니라 오히려 줄어든 셈입니다. 코레일 측이 이에 대한 별도 개선 계획을 공식 발표한 내용은 아직 확인되지 않습니다.


    Q. 수의계약이 무조건 나쁜 건가요?

    A. 수의계약 자체가 불법은 아닙니다. 긴급 상황이나 특수 기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허용됩니다. 다만 이번 사례에서 문제가 되는 건 수의계약이라는 방식 자체보다, 지체상금을 부과받은 업체가 다시 선정됐음에도 그 근거가 충분히 납득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수의계약을 쓸 수 있다는 것과 그게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건 다른 이야기라고 봅니다.


    Q. 지체상금을 물면 다음 계약에서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A. 원칙적으로는 그래야 한다는 의견이 맞습니다. 조달청의 부정당업자 제재 제도는 계약 불이행 업체에 대해 입찰 참가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경우처럼 수의계약 방식을 활용하면 공개 입찰이 아니라 개별 계약 심사로 진행되기 때문에, 이전 지체 이력이 실질적으로 걸러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제도의 허점이 생기는 지점입니다.


    Q. 코레일톡은 이제 완전히 없어지는 건가요?

    A. 코레일+는 코레일과 SR(수서고속철도)의 예매 앱을 통합한 새 앱입니다. 코레일톡이 코레일+로 대체되는 방향으로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두 앱이 병행 운영되는지, 코레일톡 서비스가 완전히 종료됐는지는 코레일 공식 채널을 통해 확인하시는 게 가장 정확합니다.


    결론

    이 기사를 읽고 제가 가져온 질문은 세 개입니다. 이 조직은 특정 업체에 묶여 있지 않은가. 벌칙이 다음 기회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는가. 그리고 성과의 기준이 마감인가, 품질인가.

    공공이든 기업이든, 이 세 질문에 좋은 답을 못 하는 조직의 돈은 비슷한 방식으로 샙니다. 4억5000만 원이라는 숫자보다 그 돈이 쓰인 구조가 더 오래 남는다고 생각합니다. 나랏돈이 쓰이는 사업 기사를 읽을 때 저는 이제 이 세 가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선정 과정이 공정했는가, 과거 성적이 반영됐는가, 결과물이 실제로 쓸 만한가. 이번 코레일+ 기사는 세 질문 모두에 물음표가 남습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005/0001876208?ntype=RAN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