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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전세가는 작년 하반기보다 5.3%, 월세는 5.22% 상승했습니다.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숫자보다 그 뒤에 있을 사람들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정부가 지난 3일 '2026년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직후, 임대차 시장 안에서 이미 그 비용을 온몸으로 치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용전가 구조 — 정책의 청구서는 항상 약한 쪽에 도착한다
투자와 경제 뉴스를 꾸준히 들여다보면서 제가 반복적으로 확인한 패턴이 하나 있습니다. 어떤 부담이 새로 생기면, 그것이 세금이든 규제 비용이든, 그 부담은 처음 부과된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비용전가(cost pass-through)라는 개념인데, 여기서 비용전가란 한 경제 주체에게 부과된 비용이 협상력이 약한 다른 주체에게로 넘어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기업에 비용이 생기면 소비자 가격으로, 임대인에게 세금이 늘면 임대료로 흘러 내려가는 식입니다.
이번 기사에서 제가 가장 먼저 눈길을 멈춘 것은 송파구 김모씨의 사연이었습니다. 다주택자 집주인이 세금 부담을 이유로 보증금을 8억 원에서 8억 3,000만 원으로, 월세를 60만 원에서 120만 원으로 올렸습니다. 시세를 크게 웃도는 조건 탓에 새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았고, 잔금 기한이 코앞에 다가오자 급해진 쪽은 정작 세입자인 김씨였습니다. 결국 그는 새 세입자의 월세 40만 원씩 2년치, 총 960만 원을 대신 내주는 조건을 내걸고서야 자신의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 한 사람의 사연 안에 비용전가의 구조가 압축되어 있습니다. 집주인의 세 부담이 임대조건 인상으로 세입자에게 넘어갔고, 그 세입자는 자기 보증금을 지키기 위해 다음 세입자의 주거비 일부를 떠안았습니다. 부담이 아래로, 또 아래로 흘러가는 연쇄 구조입니다. 이것이 제가 정책 뉴스를 볼 때마다 "이 정책이 겨냥한 대상"과 "이 정책의 비용을 실제로 치를 사람"을 분리해서 생각하게 된 이유입니다.
이번 세제개편안의 방향 자체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실거주 중심으로 세제 혜택을 재편하고 비거주 혜택을 줄이겠다는, 집을 투자재에서 거주 공간으로 되돌리겠다는 취지입니다. 문제는 임대차 시장의 공급자가 바로 그 '비거주 다주택자'라는 구조적 사실입니다. 이들에게 부담을 지우면 임대 공급이 줄거나 비용이 임대료로 전가되는데, 그 대가를 치르는 것은 정책이 보호하려던 무주택 세입자가 됩니다. 겨냥한 과녁과 화살이 맞는 자리가 다른 셈입니다.
한국부동산원의 전월세 가격지수를 보면 전월세 지수 모두 지난해 9월부터 상승세가 이어졌고, 올해 1월부터는 상승 기울기가 급격히 가팔라졌습니다(출처: 한국부동산원). 이 흐름 위에 공급을 더 옥죄는 방향의 정책이 얹히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솔직히 그리 어렵지 않게 예측됩니다.
- 임대인 세 부담 증가 → 임대조건(보증금·월세) 인상
- 시세 초과 조건 → 신규 세입자 구하기 어려움
- 기존 세입자 협상력 약화 → 추가 비용(월세 대납 등) 부담
- 비용이 계속 아래로 전가되는 연쇄 구조 반복
임대공급 공백과 세입자대책 — 빠진 퍼즐 조각
경기 의정부시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한 이모씨의 이야기도 제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전세 만기를 1년 앞두고 보증금이 7,000만~8,000만 원 올랐고, 그렇다고 130만~150만 원 월세를 내자니 월급 300만 원의 절반을 주거비로 써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건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효선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실거주 중심 세제는 임대차 시장의 자율적 공급 메커니즘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출처: KB국민은행). 여기서 자율적 공급 메커니즘이란 민간 임대인이 시장 수요에 따라 자발적으로 임대 매물을 공급하는 구조를 말합니다. 비거주 다주택자를 세제로 압박하면 이 메커니즘 자체가 수축하고, 그 결과가 매물 감소와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진단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 지적은 이번 논쟁의 핵심을 정확히 짚고 있습니다.
또 하나 제가 공감한 반문이 있습니다. "강남 아파트의 종합부동산세가 낮아서 노원구, 금천구의 임차료가 오른 것이냐"는 지적입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란 일정 기준 이상의 부동산을 보유한 사람에게 부과하는 세금인데, 고가 아파트의 보유세 수준이 외곽 지역 세입자의 월세와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갖는다는 논리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조세 정책 하나로 임대차 시장 전반을 통제하려는 접근의 한계를 정면으로 드러내는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부가 부동산 매매가 급등에는 연이어 대책을 내놓으면서 전월세 5%대 상승에는 사실상 무대응이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집값 안정은 유주택자와 예비 매수자의 관심사이지만, 임대료는 당장의 생계 문제입니다. 우선순위가 뒤집혀 있다는 느낌을 저도 이 뉴스를 보면서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임대 공급 확대 정책의 병행을 요구합니다. 특히 전세사기 여파로 무너진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에 대한 공급자 금융 지원, 예를 들어 저리 공사비 대출 같은 수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입니다. 비아파트 임대차 시장이 전체 임차 가구의 상당 부분을 담당하고 있음에도 정책의 시선이 아파트에만 쏠려 있다는 것, 이것이 제가 이 기사에서 가장 오래 걸린 지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2026년 세제개편안이 전월세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A. 실거주 중심으로 세제 혜택을 재편하면서 비거주 다주택자의 세 부담이 커집니다. 이들이 임대차 시장의 주요 공급자이기 때문에, 부담이 임대조건 인상으로 전가되거나 매물 자체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전세·월세 가격이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Q. 전세 만기가 다가오는데 지금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요?
A. 만기 최소 6개월 전부터 주변 전월세 시세를 직접 확인하고, 갱신청구권 사용 여부를 미리 검토해두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임대인이 조건을 대폭 올려달라고 할 경우,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 법적으로 5% 이내 인상으로 제한할 수 있습니다. 단, 권리 행사 시점과 절차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비아파트(빌라·다세대) 임차인은 왜 더 위험한가요?
A. 전세사기 사태 이후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의 금융 조달이 막히면서 공급 자체가 크게 줄었습니다. 아파트에 비해 가격 정보가 불투명하고, 전세보증보험 가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 보증금 회수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큽니다. 계약 전 등기부등본 확인과 전세보증보험 가입 가능 여부를 반드시 체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 정부가 세입자를 위한 직접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은 있나요?
A. 전문가들 사이에서 임대 공급 확대를 위한 민간 임대인 인센티브 제공, 비아파트 시장 저리 공사비 대출 지원 등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다만 현 시점까지 정부의 공식 세입자 전용 대책은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이며, 정책 방향이 어떻게 보완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
정리하면, 이번 세제개편의 방향이 틀렸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수단과 목표 사이의 간격이 너무 크다는 것이 제 판단입니다. 실거주를 장려하겠다는 목표는 맞지만, 그 수단이 임대차 시장의 공급을 줄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면 피해는 정책이 보호하려던 바로 그 사람들에게 돌아갑니다. 비용전가 구조는 언제나 협상력이 가장 약한 쪽을 향해 흐릅니다.
제가 이 뉴스를 보고 나서 한 가지 행동을 바꿨다면, 앞으로 부동산 정책 뉴스를 볼 때 "이 정책이 겨냥하는 사람"과 "이 정책의 비용을 실제로 치를 사람"이 일치하는지를 먼저 살피게 됐다는 것입니다. 전월세를 살고 있는 분들이라면 지금 당장 계약 만기 시점과 갱신청구권 행사 가능 여부를 확인해두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첫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