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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열 사고 한 번에 5년을 잃었다 — 삼성과 퀄컴 이야기

오늘의 핫이슈는? 2026. 9. 13.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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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질 사고 한 번이 5년짜리 거래 단절로 이어질 수 있을까요. 2021년 삼성전자가 생산한 퀄컴 스냅드래곤8 1세대의 발열 논란이 터졌을 때, 저는 그게 이렇게까지 긴 이야기가 될 줄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삼성전자와 퀄컴이 다시 2나노 파운드리 협력을 논의 중이라는 소식을 접하면서, 그 5년이 어떻게 흘렀는지를 숫자로 따라가 봤습니다.



    발열 트라우마, 5년짜리 낙인이 된 사연

    퀄컴은 반도체를 설계만 하는 팹리스(fabless) 회사입니다. 여기서 팹리스란 공장 없이 설계 도면만 만들고, 실제 생산은 외부 파운드리에 맡기는 방식의 기업 구조를 말합니다. 그 생산을 맡아주는 곳이 삼성전자나 TSMC 같은 파운드리(foundry), 즉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입니다.

    2021년 말, 삼성전자의 4나노 공정으로 전량 생산된 스냅드래곤8 1세대가 시장에 풀렸습니다. 제가 당시 관련 커뮤니티 반응들을 찾아봤을 때 기억에 남는 표현이 "손난로"였습니다. 고성능 플래그십 칩이 발열과 전력 효율 문제로 혹독한 평가를 받은 겁니다. 그 여파는 즉각적이었고, 퀄컴은 후속작인 스냅드래곤8+ 1세대부터 최신 스냅드래곤8 엘리트 5세대까지 사실상 전 물량을 TSMC로 옮겼습니다.

    그 기간 동안 삼성 파운드리는 "수율 불안정"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습니다. 수율(yield rate)이란 웨이퍼 한 장에서 생산한 칩 중 정상 작동하는 칩의 비율을 뜻합니다. 100개를 찍어내면 실제 판매 가능한 것이 몇 개냐는 이야기입니다. 이 숫자가 낮으면 원가는 치솟고 납기는 흔들립니다. 꼬리표 하나가 비즈니스 전체를 흔드는 구조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신뢰의 균열은 회복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기업 간 관계에서는 사과 한 마디로 돌아서는 경우가 거의 없고, 결국 숫자가 달라져야 협상 테이블이 다시 열립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번에 테이블이 열린 건, 삼성이 그 숫자를 바꿨기 때문이었습니다.

    요약: 2021년 발열 논란 한 번이 퀄컴의 5년 거래 단절로 이어졌고, 신뢰 회복의 조건은 말이 아니라 수율 숫자였습니다.

    수율 격차, 문이 열렸다고 통과는 아니다

    이번 협상 재개의 가장 큰 배경은 삼성전자 2나노 공정의 수율 개선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20%대에 머물렀던 삼성의 SF2·SF2P 공정 수율이 올해 들어 50~60%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파악됩니다. 100개 중 20개만 건지던 라인이 이제 절반 넘게 건지기 시작한 겁니다. 제가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1년도 안 되는 사이에 이 정도 개선이 나왔다면 내부에서 꽤 강도 높은 쇄신이 있었다는 뜻이니까요.

    그런데 문이 열렸다고 통과가 보장되는 건 아닙니다. 퀄컴이 대량 위탁생산의 기준선으로 요구하는 수율은 70% 안팎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면 삼성 2나노는 현재 55~60%대 초반 구간에 머물러 있다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의 최근 보고서는 "삼성전자가 업계 최초의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양산이라는 이정표를 세웠지만, 설계 최적화 영역에서 퀄컴과의 격차를 메우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짚었습니다(출처: TechInsights).

    여기서 GAA란 게이트올어라운드(Gate-All-Around)의 약자로, 트랜지스터의 전류 흐름을 사방에서 제어하는 차세대 반도체 구조입니다. 기존 핀펫(FinFET) 방식보다 전력 효율과 집적도를 높일 수 있어, 2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에서 핵심 기술로 꼽힙니다. 삼성이 이 기술로 양산에 먼저 들어간 건 분명한 이정표이지만, 이정표와 실전 수율은 다른 문제입니다.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TSMC의 2나노 수율은 60~70%, 삼성은 55% 안팎으로 집계됐습니다(출처: TrendForce). 격차가 좁혀지고는 있지만, 퀄컴이 제시한 기준선인 70%는 TSMC도 이제 막 닿은 수치입니다. 삼성 입장에선 아직 10~15%p 정도의 산이 남아 있는 셈입니다.

    주요 수율 현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삼성전자 SF2·SF2P 공정 수율: 2024년 하반기 20%대 → 2025년 55~60%대
    • TSMC N2 공정 수율: 2025년 4월 기준 60~70%, 개량형 N2P는 연내 80% 목표
    • 퀄컴 대량 위탁생산 기준선: 70% 안팎
    • 결론: 삼성은 기준선까지 10~15%p, TSMC는 기준선에 이미 도달
    요약: 삼성의 2나노 수율이 빠르게 개선됐지만, 퀄컴의 기준선 70%에 도달한 건 TSMC이고 삼성은 아직 그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입니다.

    생산능력, 퀄컴이 삼성을 다시 보는 진짜 이유

    제가 이 기사를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여기였습니다. 삼성이 잘해서만 협상 테이블이 다시 열린 게 아니라는 부분입니다. TSMC 쪽 사정이 함께 작용했다는 거죠.

    TSMC는 올해 4분기까지 월 6만 장 수준의 2나노 웨이퍼 생산능력(CAPA, Capacity)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CAPA란 공장이 단위 시간당 처리할 수 있는 최대 생산량을 의미하는데, 이 공간의 절반 이상은 이미 애플이 아이폰18·M6 물량으로 선점한 상태로 알려졌습니다. 엔비디아·AMD의 3나노(N3) 물량도 2027년까지 사실상 완판입니다. 퀄컴이 원하는 시점에 TSMC에서 충분한 자리를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는 겁니다.

    이 구조는 제가 전에 애플 공급망 기사를 읽었을 때 봤던 패턴과 똑같습니다. 1등의 줄이 너무 길어질 때, 2등에게 기회가 생기는 흐름입니다. 품질이 조금 아쉬운 대신 물량을 받아줄 여유가 있는 쪽과, 품질은 확실하지만 줄이 긴 쪽 — 퀄컴은 그 사이에서 선택을 조율 중입니다. 공동 수주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고품질 물량은 TSMC에서, 나머지는 삼성에서 나눠 맡기는 구조로 가면 공급처를 분산하는 리스크 헤지(risk hedge) 효과도 생기니까요.

    한 업계 관계자는 "물량 배정 자체보다 퀄컴 최상위 라인을 다시 유치했다는 상징성이 더 큰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이 말을 오래 곱씹었습니다. 계약서에 찍힌 숫자보다, "퀄컴이 삼성을 다시 믿었다"는 사실이 다른 고객사들에게 보내는 신호이기 때문입니다. 5년짜리 수율 불안정 꼬리표를 떼는 데 필요한 도장이 바로 이 계약인 셈이죠.

    오는 22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는 퀄컴 스냅드래곤 서밋에서 스냅드래곤8 엘리트 6세대와 그 상위 모델이 발표될 예정입니다. 제 경우엔 발표문에서 파운드리 파트너로 어느 회사 이름이 불리는지가 이 이야기의 첫 번째 결말이 될 것 같아 달력에 표시해뒀습니다.

    요약: TSMC의 생산능력이 애플·엔비디아로 막힌 상황이 삼성에게 기회가 됐으며, 물량보다 재계약의 상징성이 삼성 파운드리 신뢰 회복의 분기점이 될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삼성 파운드리와 퀄컴이 왜 사이가 나빠진 건가요?

    A. 2021년 말 출시된 스냅드래곤8 1세대가 삼성전자의 4나노 공정으로 생산됐는데, 심각한 발열과 전력 효율 문제로 혹평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 이후 퀄컴은 후속 플래그십 칩 전량을 TSMC에 맡겼고, 약 5년간 삼성 파운드리와의 협력이 사실상 끊겼습니다.


    Q. 2나노 수율이 뭔데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요?

    A. 수율이란 웨이퍼 한 장에서 찍어낸 칩 중 실제로 정상 작동하는 것의 비율입니다. 이 숫자가 낮으면 같은 물량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원재료와 시간이 필요하고, 원가가 올라가 가격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퀄컴이 대량 발주의 기준선으로 요구하는 수율이 70% 안팎인 반면, 삼성 2나노는 현재 55~60%대 수준으로 그 문턱을 아직 넘지 못한 상태입니다.


    Q. TSMC가 더 잘 만드는데 퀄컴이 왜 삼성을 다시 보는 건가요?

    A. 수율만으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TSMC의 2나노 생산 공간은 애플이 절반 이상을 이미 선점했고, 엔비디아·AMD 물량도 2027년까지 꽉 찬 상태입니다. 퀄컴 입장에서 원하는 시점에 원하는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고, 공급처를 분산해 리스크를 줄이려는 계산도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Q. GAA 공정이 뭔가요? 삼성이 먼저 했다는데 왜 수율이 낮죠?

    A. GAA(게이트올어라운드)는 트랜지스터의 전류 흐름을 사방에서 제어하는 구조로, 기존 핀펫 방식보다 전력 효율과 집적도가 높습니다. 삼성이 업계 최초로 2나노 GAA 양산에 들어간 건 기술적 이정표이지만, 새 구조를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것은 별개의 과제입니다. 먼저 시작했다고 수율이 바로 따라오진 않고, 공정 최적화에는 상당한 시간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결론

    정리하면, 이 이야기의 핵심은 화해가 아니라 검증입니다. 삼성과 퀄컴이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은 건 맞지만, 계약이 성사되더라도 진짜 관문은 그 이후에 있습니다. 5년 전과 같은 발열·수율 문제가 재현된다면 이번엔 회복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입니다. 삼성 파운드리 입장에서 이 계약을 따내는 것보다 따낸 다음 문제없이 양산을 해내는 것이 훨씬 더 무거운 시험입니다.

    22일 스냅드래곤 서밋 발표에서 파트너사 이름이 어떻게 불리는지, 그리고 그 이후 실제 양산 단계에서 수율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계속 지켜볼 계획입니다. 반도체 공급망 이야기는 발표가 아니라 양산 숫자로 끝납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366/0001191954?ntype=RANK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