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통신 3사가 전부 같은 사업 공모에 손을 들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 중인 '모두의 AI' 프로젝트에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일제히 뛰어들었고, 연내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사업자 선정이 진행 중입니다. 저는 이 뉴스를 읽으면서 "누가 따내느냐"보다 "각자 어떤 패를 들고 나왔느냐"에 눈이 먼저 갔습니다. 그게 훨씬 많은 것을 말해주거든요.
진용 분석: 자강, 연합, 편승의 세 갈래
정부 지원 사업 뉴스를 처음 접할 때 저도 한동안 "어느 회사가 선정되느냐"라는 승패의 관점으로만 읽었습니다. 선정 = 수혜주라는 단순한 도식이었죠. 그런데 여러 국책 사업을 지켜보면서 이런 뉴스에서 진짜 읽어야 할 것은 따로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바로 '판의 구조', 즉 각 진영이 어떤 조합을 짜서 나왔는지입니다.
이번 공모 결과를 보면 세 갈래가 선명하게 갈립니다. SK텔레콤은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을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구렸습니다. 파운데이션 모델이란 방대한 데이터로 사전 학습된 거대 AI 기반 모델로, 이것만 있으면 다양한 서비스를 위에 얹어 만들 수 있습니다. SKT는 이 모델부터 인프라, 서비스까지 자체 보유한 이른바 '풀스택(Full-Stack)' 역량을 내세웠습니다. 풀스택이란 AI 개발에 필요한 모든 레이어를 한 회사가 직접 소화한다는 뜻으로, 외부 의존도를 최소화하겠다는 선언이기도 합니다.
KT는 방향이 달랐습니다. 업스테이지, NC AI, 리벨리온 같은 국내 AI 전문 기업들을 폭넓게 모아 연합 전선을 구축했습니다. 자체 모델 역량보다 생태계 조율자 포지션을 택한 셈입니다. LG유플러스는 더 솔직한 선택을 했습니다. 주관사가 아니라 카카오 주관 컨소시엄의 핵심 참여사로 들어갔습니다. 제가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같은 사업을 두고 자강·연합·편승이라는 세 가지 전혀 다른 전략이 나왔다는 점입니다. 이건 각 사가 자기 AI 역량을 스스로 어떻게 평가하는지를 보여주는 자기 고백이나 다름없습니다.
- SK텔레콤: 자체 파운데이션 모델 기반 풀스택 전략 — 라이너, 신한카드, 티맵모빌리티 등 생활 밀착 파트너와 협력
- KT: 외부 AI 기업 광범위 연합 전략 — 업스테이지, NC AI, 리벨리온, 다음, EBS, 무신사 등 포함
- 카카오+LG유플러스: 카카오가 주관, LG 계열 4개사가 핵심 축 담당 — AI 모델은 LG AI연구원의 K-엑사원(K-EXAONE) 활용
예산 구조: '무료 서비스'의 비용은 누가 내는가
'비용 부과 없이, 이용량 제약 없이'라는 문구를 처음 읽었을 때 저는 잠깐 멈췄습니다. 서비스가 무료라는 말은 이용자가 돈을 내지 않는다는 뜻이지, 비용이 없다는 뜻이 아니니까요. 그 비용을 누가 내는지가 이 사업의 실질을 결정합니다.
구조를 뜯어보면 이렇습니다. 정부는 우선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지원합니다. GPU란 AI 모델을 학습하고 추론하는 데 쓰이는 고성능 연산 칩으로, AI 인프라 비용의 핵심 항목입니다. 챗GPT 같은 서비스가 막대한 운영 비용을 쓰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 GPU 사용료입니다. 정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내년부터는 예산을 직접 투입해 운영 비용까지 지원할 계획입니다.
제가 이 구조를 보면서 읽은 것은, 이 사업이 대국민 서비스인 동시에 국내 AI 기업들에 대한 우회 지원이기도 하다는 점입니다. 정부 예산이 선정 컨소시엄의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이게 나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 사업을 통해 국내 AI 생태계에 마중물을 붓겠다는 의도 자체는 납득이 됩니다. 다만 이런 사업을 볼 때 "이 예산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매출이 되는가"를 함께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발표된 명분만 보면 절반만 본 것입니다.
참고로 AI 산업에서 GPU 인프라 비용은 전체 운영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와 관련한 국내 AI 투자 동향은 출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장 왜곡: 생태계를 키우려다 가격 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다
이 사업에서 제가 가장 오래 생각한 부분은 시장 왜곡의 가능성입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의 각도였습니다. 처음엔 취지가 워낙 선명하니까 큰 문제가 없겠다고 봤는데, 구조를 들여다볼수록 불편한 질문이 생겼습니다.
디지털 보편 서비스(Digital Universal Service)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통신망처럼 사회적으로 필수적인 인프라에 대한 접근권을 국가가 보장한다는 개념인데, AI도 인프라화되어 가는 흐름에서 이 논리는 설득력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무료 서비스가 자리를 잡았을 때 지금 유료로 경쟁하고 있는 국내 AI 스타트업들의 시장이 어떻게 되느냐입니다. 정부 지원을 받은 대기업 컨소시엄이 무료로 서비스를 뿌리면, 유사한 서비스로 월 구독료를 받던 작은 회사들은 가격 경쟁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생태계를 키우겠다는 지원이 생태계의 가격 체계를 무너뜨리는 역설, 이게 이 사업에서 가장 정교하게 설계해야 할 지점이라고 봅니다. 서비스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하느냐가 핵심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국책 사업에서 범위 설계는 출범 때 가장 후순위로 밀리고, 집행 과정에서 계속 확장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과정이 반복되면 대기업 컨소시엄이 세금으로 AI 사용자 기반을 확보하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이건 지켜볼 지점입니다.
국내 AI 스타트업 생태계 현황은 출처: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보고서에서도 관련 논의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속 가능성: 이 서비스는 예산 없이도 서 있을 수 있는가
정책 기조가 바뀌면 제도가 며칠 만에 뒤집히는 것을 여러 번 봐온 입장에서, 이 사업의 수명이 기술이 아니라 예산 심의에 달려 있다는 사실은 꽤 무거운 불확실성입니다. 참여 기업 입장에서도, 이 서비스를 쓰게 될 이용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용 부과도 이용량 제약도 없는 서비스를 정부 예산으로 유지하는 모델은 구조적으로 취약합니다. 예산이 끊기는 순간 서비스의 운명이 정해집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업들이 정부 지원 없이도 이 서비스를 지속할 유인이 있는지, 아니면 사업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손을 털 구조인지를 생각해보면, 후자 쪽이 훨씬 현실적으로 보입니다.
저는 이런 사업을 볼 때마다 "정부가 만든 시장은 정부가 거둘 수도 있는 시장"이라는 조건부의 성격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수혜주 관점에서 이 뉴스를 읽으면 선정 기업 주가만 보이지만, 산업 지도로 읽으면 이 사업이 종료된 뒤에도 살아남을 비즈니스 모델을 각 기업이 가지고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합니다. 그 여부가 장기적으로는 훨씬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K-엑사원(K-EXAONE)을 제공하는 LG AI연구원처럼 독자 AI 모델을 가진 참여사들이 이 사업을 통해 실사용 데이터와 피드백을 쌓는 것은 의미 있는 학습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자산이 사업 종료 후 공공에 남느냐, 기업에 남느냐도 설계 단계에서 명확히 해둬야 할 부분입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흐릿하게 출범한 사업은 나중에 반드시 논란이 생겼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모두의 AI는 언제부터 쓸 수 있나요?
A.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사업자 선정 절차를 거쳐 2025년 내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정확한 출시 일정은 선정 결과 발표 이후 구체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부터는 정부 예산도 본격 투입됩니다.
Q. 모두의 AI는 진짜 완전 무료인가요?
A. 이용자 입장에서는 비용 부과도 이용량 제약도 없는 무료 서비스입니다. 다만 그 비용은 정부 예산(GPU 지원 및 운영비)으로 충당됩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예산 정책에 따라 서비스 조건이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Q.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중 어느 컨소시엄이 선정될 가능성이 높나요?
A. 사업자 선정 기준이 공개되지 않아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복수의 컨소시엄이 동시에 선정될 수도 있고, 경쟁 입찰 방식으로 단수 선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느 컨소시엄이 따내느냐보다 선정된 뒤 각자의 전략이 어떻게 실행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더 유의미하다고 봅니다.
Q. LG유플러스는 왜 직접 주관사가 아니라 카카오 컨소시엄에 참여사로 들어갔나요?
A. 공식 입장이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카카오가 카카오톡 기반의 대규모 사용자 접점과 자체 AI 모델 카나나를 보유한 반면 LG유플러스는 통신 기반 고객 접점과 실증 역량이 강점입니다. 두 회사가 역할을 나눠 시너지를 낸다는 판단이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LG AI연구원의 K-엑사원이 AI 모델 축을 맡은 것도 이 구도와 맞닿아 있습니다.
결론
이 사업의 취지는 분명 맞습니다. AI 활용 격차가 사회적 격차로 이어지지 않게 하겠다는 문제의식은 지금 시점에 필요한 논의입니다. 유료 구독이 기본이 된 AI 서비스 환경에서 무료 접근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려는 시도는, 통신망이 그랬던 것처럼 AI를 보편 인프라로 다루겠다는 선언으로 읽힙니다.
다만 이 사업을 평가할 진짜 시점은 지금이 아닙니다. 몇 년 뒤, 예산 없이도 서 있는 서비스가 되었는지, 아니면 예산과 함께 조용히 사라졌는지에서 판가름 날 것입니다. 지금 당장은 각 컨소시엄의 진용 구성이 드러낸 전략의 차이, 그리고 그 전략이 실제 서비스로 어떻게 구현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관찰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079/0004180294?iid=2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