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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이 터질 때마다 한쪽은 사고, 한쪽은 데이터였다

오늘의 핫이슈는? 2026. 10. 4.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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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십이 처음으로 지구 궤도 진입에 성공했습니다. 그것도 엔진 6기 중 1기가 이륙 직후 꺼진 상태로. 이 소식을 접하고 저는 며칠 전 읽었던 기사 한 편을 다시 꺼냈습니다. 스페이스X와 NASA의 10년 긴장 관계를 파헤친 책 『로켓 드림』을 소개하는 기사였는데, 그때서야 이 회사가 왜 그렇게 터지면서도 계속 쏘는지 비로소 납득이 됐습니다.



    NASA와 스페이스X, 상극이 만들어낸 조직문화의 충돌

    솔직히 처음엔 "민간이 우주 사업을 한다"는 사실 자체만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기사를 읽고 나서야 그 뒤에 얼마나 거친 구조적 충돌이 있었는지 알게 됐습니다.

    워싱턴포스트 우주 전문 기자 크리스천 데이븐포트가 쓴 『로켓 드림』은 이 충돌을 정면으로 다룹니다. 핵심은 두 조직의 DNA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입니다. NASA는 연방 예산, 즉 나랏돈으로 운영되는 관료 조직입니다. 실패하면 의회 청문회가 열리고 국민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당연히 리스크 관리(Risk Management)가 최우선입니다. 여기서 리스크 관리란 실패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모든 절차를 다층적으로 검증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반면 스페이스X는 실리콘밸리식 애자일(Agile) 방법론을 로켓에 그대로 적용한 회사입니다. 애자일이란 완성된 설계를 기다리는 대신 빠르게 만들고, 터지면 데이터를 얻고, 다시 고치는 반복 개발 방식입니다. 수석 엔지니어들이 주 100시간씩 발사대에 매달렸고, 로켓이 폭발할 때마다 FAA(연방항공청)의 조사가 뒤따랐습니다. 머스크 본인도 인터뷰에서 "로켓 사업은 감정적으로 엄청난 상처를 남기는 일"이라고 털어놓을 만큼, 이 속도는 보통의 감내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기사를 읽으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겁니다. "이건 태도의 차이가 아니라 돈의 출처 차이다." 나랏돈을 쓰는 조직은 구조적으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실패 비용을 스스로 감수하는 민간 기업만이 저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이전에 공공 서비스 관련 글을 쓰면서 "경쟁 없는 공공 서비스는 품질 장치가 약하다"고 적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미국은 공공을 바꾸는 대신, 민간의 속도를 사 오는 분업 구조를 선택한 겁니다.

    이 구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가 NASA 국장직입니다. 책에서 데이븐포트는 NASA 국장이 단순한 우주 행정가가 아니라 고도의 정치적 책략이 필요한 자리라고 평가합니다. 제13대 NASA 국장 짐 브라이든스타인은 정치인 출신 최초의 국장으로,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된 달 개척 프로젝트 아르테미스(Artemis)를 바이든 행정부 교체 후에도 폐기되지 않도록 막후 협상을 벌여야 했습니다. 아르테미스란 아폴로 이후 반세기 만에 인간을 다시 달에 보내겠다는 미국의 유인 달 탐사 계획입니다(출처: NASA 공식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로켓을 쏘는 것보다 예산을 지키는 싸움이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걸, 제가 직접 겪어보지 않아도 이 대목에서 충분히 느꼈습니다.

    • NASA: 연방 예산 기반, 실패 회피 중심의 보수적 관료 조직
    • 스페이스X: 빠른 실패와 반복 수정을 원칙으로 하는 애자일 방식
    • 두 조직의 충돌은 태도 차이가 아닌 돈의 출처에서 비롯된 구조적 필연
    • 미국 정부의 선택: 공공을 바꾸는 대신 민간의 속도를 분업으로 활용
    요약: NASA와 스페이스X의 충돌은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돈의 출처가 만든 구조의 문제였고, 미국은 이를 공공-민간 분업으로 풀었습니다.

    우주경쟁의 지도와 투자자의 시각으로 본 스타십

    베이조스의 블루 오리진이 록히드 마틴, 노스럽 그러먼, 드레이퍼 같은 전통 항공우주 대기업들을 끌어모아 이른바 국가대표 연합군을 꾸렸습니다. NASA의 달 착륙선 수주전에서 스페이스X를 고립시키려는 전략이었죠. 이 싸움을 처음 읽었을 때 제가 든 첫 느낌은 "이건 이길 것 같지 않은데"였습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습니다. 기술력과 비용 효율성에서 앞선 스페이스X가 수주전을 가져갔습니다. 연합의 덩치보다 혼자서라도 싸게 잘 만드는 쪽이 이긴 겁니다. 이전에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 구도를 분석하면서 비슷한 장면을 봤던 기억이 납니다. 연합이냐 단독이냐는 형식이고, 승부는 결국 누가 더 낮은 원가로 더 높은 성능을 내느냐에서 갈렸습니다.

    이 경쟁 구도의 배경에는 중국이라는 변수가 있었습니다. 중국은 2003년에야 첫 유인 우주 비행에 성공했지만, 이후 창어 5호(嫦娥五號)를 달 표면에 착륙시키고 독자 우주정거장 톈궁(天宮, 하늘의 궁전)을 건설했습니다. 톈궁이란 중국이 독자적으로 운영 중인 모듈형 우주정거장으로, 2030년 유인 달 착륙을 목표로 한 중국 우주 전략의 핵심 거점입니다(출처: 중국국가항천국(CNSA)). NASA와 미 국방부가 우려하는 건 중국이 달의 핵심 자원 지대를 먼저 차지할 경우,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같은 긴장이 우주에서 재현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반도체에서, AI에서 봤던 미중 구도가 우주까지 이어져 있다는 걸 확인하는 순간, 제가 읽는 모든 산업 기사의 바닥에 같은 지도가 깔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투자 공부의 눈으로 이 이야기를 다시 읽으면 구조가 보입니다. 스타십은 높이 약 124m, 지름 9m로 현존하는 가장 큰 로켓입니다. 이번 14차 시험 비행에서 처음으로 궤도 진입(Orbital Entry)에 성공했습니다. 궤도 진입이란 단순히 높이 올라가는 준궤도 비행과 달리, 충분한 수평 속도를 확보해 지구 주위를 실제로 도는 것을 말합니다. 이 차이가 왜 중요하냐면, 궤도 비행이 가능해야 실제 위성을 싣고 상업 운용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비행에서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V3 위성 26기를 궤도에 올렸습니다. V3 위성은 기존 V2 대비 통신 역량이 10배 이상입니다. 스타십이 본격 운용되면 V3 위성을 한 번에 최대 60기씩 발사할 수 있다고 합니다. 기존 팰컨9이 V2 미니 위성을 20~30기씩 올리던 것과 비교하면, 발사 횟수당 통신 자산 규모가 몇 배로 뛰는 셈입니다. "우주로 간다"는 꿈이 "위성 인터넷 매출"이라는 현금 흐름으로 번역되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그렇다고 2조 달러라는 시가총액이 정당한지는 제 경험상 쉽게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예전에 코인 관련 투자 영상을 공부할 때 배운 방법을 여기에도 적용해 봤습니다. 서사가 성립하려면 곱해져야 하는 "만약"의 개수를 세는 것입니다. 스타십 재사용이 안정화돼야 하고, 위성 인터넷 수요가 계속 커야 하고, 경쟁자가 그 전에 못 따라와야 합니다. 세 개의 만약이 겹칩니다. 다만 이 회사가 다른 점은, 그 만약들을 하나씩 실제로 지워왔다는 것입니다. 꿈의 크기보다 만약을 지우는 속도, 그게 이 회사를 평가하는 기준이 돼야 할 것 같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요약: 블루 오리진 연합의 패배, 미중 우주 경쟁, 스타십의 궤도 진입 성공은 모두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며, 투자 관점에서는 꿈의 크기보다 "만약"을 지우는 속도를 봐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스타십 궤도 진입 성공이 왜 이렇게 중요한 건가요?

    A. 궤도 진입은 단순히 높이 올라가는 것과 다릅니다. 지구 주위를 실제로 돌 수 있는 수평 속도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것이 가능해야 비로소 실제 위성을 싣고 상업 운용을 할 수 있습니다. 이번 14차 비행에서 처음으로 이 관문을 넘었고, 스타링크 V3 위성 26기를 실제로 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꿈이 아니라 매출이 시작된 시점으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Q. NASA가 스페이스X를 싫어한다면 왜 같이 일하는 건가요?

    A. 싫어한다기보다 구조가 다른 겁니다. NASA는 나랏돈을 쓰기 때문에 실패를 감수하기 어렵고, 스페이스X는 자체 자금과 투자자 돈으로 움직이니 빠른 실패를 반복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우주 굴기가 가시화되면서 미국 정부는 민간의 속도를 빌리지 않고서는 경쟁에서 밀린다는 걸 깨달았고, 그 결과 어색하지만 필요한 동거가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Q. 블루 오리진은 왜 수주전에서 졌나요?

    A. 블루 오리진은 록히드 마틴, 노스럽 그러먼 등 전통 항공우주 대기업들을 모아 국가대표 연합군을 꾸렸지만, 결과적으로 기술력과 비용 효율성에서 스페이스X에 뒤처졌습니다. 여럿이 모이면 의사결정이 느려지고 책임이 분산됩니다. 덩치를 더한다고 경쟁력이 더해지는 건 아니라는 걸 이 수주전이 증명했습니다.


    Q. 스페이스X 시가총액 2조 달러, 지금 비싼 건가요?

    A. 제 경험상 이런 질문에 단정적으로 답하는 건 조심스럽습니다. 스타십 재사용 안정화, 위성 인터넷 수요 지속 성장, 경쟁자 추격 차단이라는 세 가지 "만약"이 모두 성립해야 현재 몸값이 정당화됩니다. 다만 이 회사가 남다른 점은 그 만약들을 하나씩 실제로 지워온 속도입니다. 비싸냐보다 그 만약을 얼마나 빠르게 지우는지를 보는 게 더 유효한 질문일 것 같습니다.


    결론

    이 기사를 읽고 나서 정리된 생각은 세 가지입니다. 혁신은 태도의 문제이기 전에 돈의 구조 문제라는 것, 연합의 덩치보다 단독의 실력이 이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꿈에 투자할 때는 만약의 개수와 그것을 지우는 속도를 함께 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로켓 드림』은 스페이스X를 영웅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NASA의 보수성도, 머스크의 무모함도, 베이조스의 전략 실패도 모두 특정 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로 읽힙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어떤 산업이든 겉으로 보이는 영웅 서사 뒤에는 이런 구조의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스페이스X에 관심이 생겼다면, 주가보다 이 회사의 돈 버는 그림을 먼저 그려보시길 권합니다.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매출 구조부터 시작하면 실마리가 잡힐 겁니다.

    참고: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1/0004668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