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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찍자,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일주일 사이 수십억 원어치 미국채 ETF를 사 모았습니다. 제가 이 기사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첫 문장부터 막혔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도 좋아지는 거 아닌가?" 하고 고개를 갸웃했던 그 순간부터, 이 글은 시작됩니다.
금리와 채권 가격, 왜 반대로 움직이는 걸까
기사를 읽다가 처음 멈춘 지점이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는 문장인데, 제 직관과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이자를 더 준다는데 왜 가격이 내려가는 건지, 당장 이해가 안 됐습니다.
찾아보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채권(Bond)은 발행 시점에 이자율이 고정됩니다. 쉽게 말해, 이미 찍혀 나온 채권은 이자를 바꿀 수 없습니다. 그런데 새로 발행되는 채권이 더 높은 이자를 준다면, 예전에 낮은 이자로 발행된 채권은 시장에서 외면을 받게 됩니다. 사려는 사람이 줄면 가격이 내려가는 건 당연한 이치였습니다.
이게 바로 금리와 채권 가격이 시소처럼 반대로 움직이는 이유입니다. 이 하나를 이해하고 나니 기사 전체가 갑자기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경제 기사는 개념 하나를 뚫으면 그 다음부터는 생각보다 술술 읽힙니다.
이번에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장중 4.821%까지 치솟았고, 30년물은 5.30%까지 뛰었습니다(출처: 헤럴드경제). 금리가 오른 만큼 채권 가격은 반대로 곤두박질쳤고,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와 ACE 미국10년국채액티브는 한 달 사이 각각 4.55% 하락했습니다.
- 채권은 발행 시 이자율이 고정되기 때문에, 시중 금리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져 가격이 하락합니다
-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장중 4.821%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
-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 5.30%까지 상승
-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ACE 미국10년국채액티브: 최근 한 달 각각 4.55% 하락
저가매수에 나선 개인들, 그 계산은 맞을까
채권 가격이 이만큼 떨어지자,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움직였습니다. 코스콤 ETF CHECK 집계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사이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를 40억 9천만 원 순매수했고, 'ACE 미국10년국채액티브'(13억 9천만 원), 'TIGER 미국채10년선물'(13억 3천만 원), 'KODEX 미국30년국채액티브(H)'(8억 3천만 원) 등도 줄줄이 담았습니다. 저가매수, 즉 많이 떨어진 자산을 싼값에 사두겠다는 전략입니다.
이 계산 자체는 이해가 됩니다. 가격이 52주 최저까지 내려온 데다, 미국이 망하지 않는 한 이자는 꼬박꼬박 나오니까요. 게다가 언젠가 금리가 내려가기 시작하면 채권 가격은 반등할 텐데, 그 타이밍을 지금으로 본 겁니다.
그런데 기사 끝까지 읽고 나서 마음이 좀 복잡해졌습니다. 전문가들 얘기가 달랐기 때문입니다. SK증권 원유승 연구원은 "미국채 장기금리 레벨이 일시적으로 하락하더라도 이를 추세 전환으로 보기보다 듀레이션(Duration) 축소 기회로 활용하는 '셀 더 랠리(Sell the Rally)' 전략이 적절하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듀레이션이란 채권의 실질적인 평균 만기를 뜻하는 개념으로, 듀레이션이 길수록 금리 변화에 가격이 더 크게 반응합니다. 쉽게 말해, 30년짜리 장기채는 금리가 조금만 움직여도 가격이 크게 출렁인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전문가들은 지금을 "살 때"가 아니라 오히려 "줄일 때"로 보고 있는 겁니다. 가격이 싸졌다는 것과 살 때가 됐다는 건 다른 말이라는 걸, 이번에 제가 직접 깨달은 순간이었습니다.
금리가 쉽게 안 내려오는 이유, 세 가지 배경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금리가 이렇게 높으면 당연히 내려가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기사를 읽어보니 내려가지 못하는 이유가 겹겹이 쌓여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Fiscal Deficit) 문제입니다. 재정적자란 정부가 걷는 세금보다 쓰는 돈이 더 많아서 생기는 구조적 빚을 말합니다. 이 빚을 메우려면 국채를 계속 찍어낼 수밖에 없는데,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오릅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 30년물 금리가 5%를 웃돈 거래일이 55일로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고 합니다(출처: Bloomberg). 이게 일시적 발작이 아니라, 새로운 보통이 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혔습니다.
두 번째는 AI 투자 붐에 따른 회사채 공급 증가입니다. 대형 기술 기업들이 AI 인프라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으면서 채권 시장 전체의 공급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채권 시장은 국채만 있는 게 아니라 회사채(Corporate Bond)도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공급이 한꺼번에 늘면 금리 하락을 제약하는 요인이 됩니다.
세 번째는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Inflation) 장기화 우려입니다. 인플레이션이란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으로,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 금리를 내리기 어렵습니다. 미국과 이란의 교전 재개로 유가 상승 우려가 커진 상황이라 이 문제도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신한투자증권은 다음 주 미 10년물 금리 예상 범위를 4.65~4.85%로 제시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예상 범위가 실제 발표 후 어떻게 반응하는지 지켜보는 것 자체가 좋은 공부였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왜 내려가나요?
A. 채권은 발행될 때 이자율이 고정됩니다. 시중에 더 높은 이자를 주는 새 채권이 나오면, 이자가 낮은 기존 채권은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져 가격이 하락하게 됩니다. 금리와 채권 가격이 시소처럼 반대로 움직인다고 기억하면 쉽습니다.
Q. 지금 미국채 ETF 사도 괜찮을까요?
A. 가격이 많이 떨어진 건 사실이지만, 그 가격을 떨어뜨린 이유들(재정적자, 인플레이션, AI 자금 조달 수요)은 아직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잠깐 내려가도 추세 전환으로 보기 어렵다고 보고 있어, 매수 전 이번 주 고용 발표와 다음 주 소비자물가지수(CPI) 결과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현명해 보입니다.
Q. 듀레이션이 길면 왜 더 위험한가요?
A. 듀레이션은 채권의 실질적인 평균 만기를 나타내는 지표로, 듀레이션이 길수록 금리 변화에 가격이 더 크게 반응합니다. 30년짜리 장기채 ETF는 이름은 채권이지만 금리가 조금만 움직여도 가격 변동폭이 웬만한 주식 못지않게 커질 수 있습니다.
Q. 셀 더 랠리(Sell the Rally) 전략이 뭔가요?
A. 가격이 잠깐 반등할 때 파는 전략입니다. 장기적으로 가격 하락 추세가 이어진다고 보는 시장에서 활용되며, 지금 채권 시장에서 일부 전문가들이 권고하는 방식입니다. 반등을 추세 전환의 신호로 해석하지 말고, 오히려 비중을 줄이는 기회로 삼으라는 뜻입니다.
결론
이번 기사를 파고들면서 제가 가장 크게 배운 건 딱 하나입니다. "싸졌다"는 것과 "살 때가 됐다"는 건 전혀 다른 말이라는 겁니다. 많이 떨어진 걸 보면 기회처럼 느껴지는 건 자연스러운 심리지만, 그 전에 "왜 떨어졌는지, 그 이유가 끝나가고 있는지"를 먼저 물어봐야 합니다. 이유가 그대로 남아 있다면, 지금 가격이 바닥이 아니라 내려가는 도중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들이 옳은지 전문가가 옳은지는 저도 모릅니다. 다만 이번 주 미국 비농업 고용보고서와 다음 주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가 그 힌트를 줄 것 같아 지켜볼 생각입니다. 채권을 사는 건 그 결과를 확인한 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습니다.